열받아서(?), 구태의연 스트릿패션에 경고장!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의 정의는 무엇일까?
김규식 디자이너의 2017F/W 큐시크(QUCHIC) 컬렉션은 최근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여진 다수 스트리트 웨어의 맥락에 부합하지 않으며 보다 도전적이고 매력적인 의상들로 런웨이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했다.
‘열 받아서’ 라고 표현하며 설정한 테마가 ‘Break rather than bend'란다.
“구부러질 바에야 부러지겠다”는 이번 테마는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서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해, 또한 패션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렵지만 정석을 택해 자신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나 세계적인 스트리트웨어에서 보여지는 트렌드가 ‘삐딱하게’였다. 다소 반항적이며 뒤틀린 매력에서 스트리트 웨어를 풀어내고 있으며 이또한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QUCHIC의 컬렉션은 가볍지 않지만 무겁지도 않게 김규식 만의 정서를 담은 의상들로 채웠다.
“이번쇼는 솔직히 종전의 미니멀리즘한 스트릿웨어의 K패션과는 정서적으로 많이 틀립니다. 하지만 저 같은 스타일의 패션이 존재한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고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패션쇼에 대한 욕심도 과했던 결과로 준비해 뒀던 30착장의 옷들을 전부 다시 만들기도 했다. 30착장을 모두 재단을 해 프린트업체에 보냈는데 프린트를 하는 도중에 큰 사고가 나서 예상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 김규식 디자이너는 다시 원단을 사입하고 재단했으며 원초적 단계인 테마부터 ‘Break rather than bend'로 재설정해 전부를 뒤엎는 작업을 해냈다.
그 결과물인 이번 패션쇼는 더욱 다이나믹하고 힘이 강해졌다. 블랙에 집중하되 스타일의 해체와 재조합, QUCHIC의 매력적인 로고와 신비스런 문양을 노골적으로 강조했으며 점프슈트와 중후한 코트류, 드레스, 부피감이 어색하지 않는 자켓과 점퍼 등이 줄을 이었다. 지퍼로 실루엣을 해체하기도 붙이기도 했으며 푸른 눈의 부엉이, 체인, 해골, 새의 날카로운 발톱, 붉은 장미의 자수, 포인트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런웨이 중에 장미가 새겨진 검은 마스크와 거칠어 보이는 메이크업, 깃털 머리장식은 고대부족의 전사들과 공주같은 이미지를 줘 환타지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표현에 거침이 없었던 QUCHIC의 이번 컬렉션은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을 기원하는 고대 전사들처럼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에 집중하고 글로벌마켓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양을 기원하는 김규식 디자이너의 염원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아방가드하고 거친 김규식 디자이너의 이번 컬렉션에서 보여지는 핵심요소들이 F/W에 국내는 물론 해외마켓에서 어떻게 상업적 포인트로 적용될 것인가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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