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이재연 모델라인 회장이 지난 21일 새벽, 숙환인 폐선암으로 눈을 감았다. 향년 71세, 대한민국 패션모델 1세대이자 3000여명의 모델을 발굴, 배출한 패션엔터테인먼트의 선구자인 이재연 회장은 남은 열정을 묻은 채 영면에 들었다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이 행사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이재연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제 31회 코리아 베스트드레서 스완어워드를 개최하면서 이와 같이 인사말을 시작했다. 암의 재발로 인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건강상 큰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개최한 스완어워드는 고인의 말처럼 생전의 성대한 ‘끝’을 맺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을 가득 채운 수 많은 패션인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평생의 노고에 보답했다.
故 이재연 회장은 1972년 모델계에 데뷔했으며 이국적인 외모와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70년대 최고의 모델로 주목받았다. 최초의 청바지 모델로 브라운관을 장식했으며 79년에 88스튜디오를 설립, 후진 양성과 국내 최초의 패션쇼 기획연출가로 변신했다.83년 모델라인 아카데미를 개설한 이후 현재까지 3000여명의 모델을 발굴, 교육하고 배출했다. 모델육성의 체계적 교육커리큘럼을 만들고 패션분야에서 전문인으로서 위상강화에 앞장섰으며 패션쇼의 선진화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시도를 해와 패션문화 발전에 큰 몫을 해 냈다.1990년 이후 대한민국 패션의 토대를 강화하고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SFAA, NWS, IFUN, G&G, SIFAC 등 사업으로 패션산업의 선진화와 활성화에 기여했다.83년 국내에서 최초로 베스트 드레서 시상식을 개최해 31회까지 이끌었으며 패션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주요 인사들을 베스트드레서로 선정, 무대에 초대함으로써 패션에 대한 품격제고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모델, 패션계 종사자들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상징적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한 것이다.“이제 패션은 옷이 아니라 생각을 팔아야 한다”며 “패션은 크리에이티브이고 사람이고 모든 것”이라며 문화의 중요성과 사고의 확장을 거듭 힘주어 말하던 고 이재연 회장. 한 사람의 신념이 수 많은 이들의 삶, 나아가 패션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과 열정을 불어넣었다.
故 이재연 회장의 영결식은 패션인장으로 치러졌으며 23일 아침, 패션인들의 애도속에 경기도 광주 한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