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패션기업 5~6곳 개성공단 보고 국내로 U턴 움직임
조심스러운 봉제업계…산업발전에 심각한 타격 우려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 재가동 여론이 일자 국내 의류패션기업들이 개성공단 생산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중견 패션기업 A사는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성공단 생산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사는 베트남 인건비가 너무 올라 앞으로 3~4년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국내 봉제공장과 협력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개성공단 재가동이 현실로 닥치자 생산 투자를 개성공단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월 1만~1만5000장의 여성 의류를 생산했던 B사는 “(봉제)협력업체들이 공단 문이 열리면 바로 공장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부분 봉제공장들은 한시라도 빨리 개성공단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 숙련도가 높아 까다롭고 디테일한 봉제가 많은 여성복 생산에 특히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들 기업 외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대형 패션기업 서너 곳도 내부적으로 개성공단 생산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진출 기업들이 이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인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생산을 고려하다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을 보고 국내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조심스러운 봉제업계…산업발전에 심각한 타격 우려
■“공단 문만 열리면 바로 들어가겠다”
4월 남북정상회담이 불러온 개성공단 재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업계는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힘입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올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한 국내 섬유봉제 업계에 활로를 틔워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남쪽 봉제기반 유지할 대책 마련 필수
그러나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남북 경협의 핵심 사안이 될 북핵 폐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미빛 기대감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류패션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풀리려면 많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며 “당장 이달 열릴 미북 회담을 지켜봐야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더 있다. 개성공단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위기 상황에 놓인 국내 봉제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봉제협회 단체장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국내 봉제공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고가 의류나 온라인 쇼핑몰 기업들의 생산 물량은 거의 전부 개성공단으로 옮겨지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봉제업계는 사회 분위기상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대책 없이 이뤄지는 이번 논의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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