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산 「이은상」선생의 작시에 「홍난파」선생 작곡
인 「봄처녀」는 수십년을 두고 불러온 애창곡의 하나
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님찾아 가는길에
내 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볼까나”
▲3월이 거지반 지나갈 무렵이던 엊그제 21일이 춘분
(春分)이었다. 곧 태양이 적도(赤道) 위에 직사하여 밤
낮의 길이가 같다는 시점인데 그때부터 요 몇일새 날씨
는 꽃샘추위인지 영하를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제 4월로 한발을 내디디고 보니 <봄>은 간데
없을 게다.
─도심을 빠져나가 교외 어디 호젓한 시골 강마을을 찾
아들면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정(詩情)을 느끼게 된다.
▲“조용히 젖어드는
초(草) 지붕 아래서
온종일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月谷嶺)삽십리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강마을의 봄비 시름을
장독 뒤에 더덕 순
담 밑에 모란 움
한나절 젖어드는 흙담 안에서
호박 순 새 넌출이 사르르 펴난다.”
박목월(朴木月)은 <봄비>를 이렇게 노래했다. 봄비는
자고로 조용해서 시심(詩心)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라는 망하고 없어도
산천은 제대로 남아 있구나
허물어진 옛 성터에
봄은 와 초목만 무성한데
꽃 한 송이에도
눈시울은 절로 뜨거워지고
울음 우는 새소리에 또한
마음은 부질없이 설레인다.
진정 고향 소식 알고파
견딜 수 없구나
흰 머리털 갈수록 짧아지고
비녀도 오히려 머리에 겨웁구나.
▲안록산(安祿山)의 난으로 장안을 쫓기어 유랑의 신세
가 되어 무한한 비분을 <봄> 산천에 부친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712~770」의 이 詩는 유별난 감
회로 봄을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