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거워 꽃이지는 6월이더냐…조능식
봄이 무거워 꽃이지는 6월이더냐…조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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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빠른 걸음으로 무르익어 눈부시던 신록이 어느새 검푸른 잎새로 무성했고 그 녹음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 갑다. ▼「때 맞추어 훈훈이 불어오는 남풍에 패어난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기 시작해서 이 곡식 아니면 벌써 목숨이 끊일만한 단지 밑 긁는 살림살이가 새 힘을 얻어 타작 마당 준비에 바 빠지는 보리가 그 동안 온 집안이 애쓴 보람으로 희고 단단 한 누에고치로 따게 되어 시골 사람들의 다시는 없는 비단인 명주 낳기도 시작되는 철입니다. 집집마다 고치실 푸느라고 고요한 마을이 자세소리로 나작히 흔들리게 됩니다. 이른 봄부터 울타리 밑을 헤매며 모이를 줍던 솜병아리도 어 느새 붉은 벼슬을 단 영계가 되어 대낮이 되면 짧은 깃을 치 면서 서투른 목청을 뽑아 울기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맨드라미(鷄冠花=계관화)피어날 때도 멀지는 않았습니다. 장독대 옆에 탐스럽게 피었던 모란꽃이 한잎 두잎 떨어져 시 들어버리고 나면 하늘은 줄기찬 비를 내리워 논고마다 물이 철철 넘치게 합니다. 넓은 들판이 커다란 호수가 되어 흰 구름이 그 위를 한가로 이 떠돌고 있는 것은 모 심은 철의 풍경화일게입니다」.(中 略) ▼이렇게 조지훈시인은 6월을 그리곤 했었다. 아닌게 아니라 6월의 산과 들은 풍년을 고대하는 담담하고도 평화로운 심정이 담겨져 있다. -자고로 동양사람은 산(山)을 버리고 살 수 없는지도 모른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산 속에 묻히어 사는 심정이란 곧 영원을 갈망하는 심정이기도 하다. 다시 조지훈은 이렇게 읊고 있다. 강들이 흘러 흘러 만년만 가리 산이 구름에 싸인들 새 소리야 막힐 줄이 안개 자자진 골에 꽃잎도 떨렸다고 소나기 한 주름 스쳐간뒤 벼랑 끝 풀잎에 이슬이 진다. 바위도 하늘도 푸르리라 고운 넌출에 사르르 감기는 바람 소리. ▼지난 3·4월에는 주중(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내리던 비가 5월에는 어김없이 주말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비를 몰고 와 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전부터 (수십년 동안) 주말이면 비가 오던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다가 잠깐 외도를 했다가 다시 제 자리를 찾은 모양 이다. 작금 지구촌에는 예기치못한 온갖 기상변화가 일어나고 있 다. 이것들을 <엘니뇨>현상이란다. 때아닌 폭설, 폭우, 태풍에다 때아닌 우박등의 급습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고 있어 또 무슨 변고가 들이닥칠지 도 모르는 <엘니뇨>의 광란(?)인 것을…. -그러나 6월은 5월의 신록을 녹음으로 물들이며 빠른 템포로 무더위를 몰고 와 버렸다.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 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 밭 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 달 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 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이 시는 「박목월님의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6월 인생」의 풍경화다. 산과 들에 파뭍혀 살 수만 있다면 이 각박한 문명사회가 다 무슨 소용 있을가보냐─ 싶어 지는 자연의 노래다. 운거산(雲去山) 수귀해(水歸海)라─ 구름은 산으로 흘러가고 물은 결국 바다로 가고마는 것을─. 趙 能 植 (本紙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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