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백원에 두개요. 』
2호선 전철 속에서 50代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 껌을 팔면
서 외치는 소리이다.
물건을 파는 장애인은 동정심을 유발시켜 타인의 아량이나
적선을 바라는 언행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이
사람의 표정과 행동은 타인의 아량이나 적선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눈치다.
저래가지고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는 것
이 기자의 솔직한 마음 이였다.
이 장애인은 물건을 사려는 손님에게 『오백원에 두 개요.
아무거나 고르세요.』라며 일반 상인이 자신 있게 상품을 파
는 것을 흉내내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이지만 구걸이나 동정을 바라는
모습은 없고 저렇게 떳떳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 생각
해 보았다.
우선 그가 판매하고 있는 껌의 가격이 일반 상점보다 약간
저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능성 껌의 경우 보통 1개에 3백원으로 두 개를 살 경우 6
백원이지만 이 사람은 5백원에 두 개를 팔고 있으니 다른 곳
보다 1백원이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니 고객에게 동정이나 적선보다 껌이 값싸니 사라는 뜻
이다.
이 사람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내힘
으로 벌어서 먹고산다는 자존심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
다.
따라서 이러한 자존심 강한 성격이 1백원정도의 저렴한 가격
을 무기로 전철 안에서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오백원에 두
개요.』하면서 배짱 좋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구걸 행위가 상업행위
로 바뀔 수 있으며 또한 마음 편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쳐 준
것이 바로『오백원에 두 개요.』라는 소리이다.
IMF한파로 대형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되고 있으며 중소
기업사장이 도산으로 인한 빚 독촉에 자살을 하고 서울역등
지하철 역사에는 수백 명의 가출가장이 노숙을 하며 구걸하
며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 장애인의 『오백원에 두개요.』를 귀담
아 세겨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떠한 악조건이 닥쳐와도 우리의 자존심을 잊지 말
자. 돈이 없을 때 떳떳하기란 힘들다. 그러나 돈이 없고 회사
가 부도났다고 구걸이나 하겠다는 자세는 우리를 비참하고
슬프게 만든다.
1백원의 가치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
요한 시대이다.
〈양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