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행사 취소사태…패션쇼는 엄두도 안나‘성조기’ 치장 티셔츠 등 애국 분위기
뉴욕의 가을은 축제계절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주최되는 파티에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는 이즈음 뉴요커들의 주된 화제 거리이다.
특히 눈부신 카메라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한껏 맵시를 뽐내길 원하는 허영심 많은 상류 사교계 인사들은 일류 디자이너 부틱으로 향한다.
가을은 패션 인들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올 가을, 무역 센타의 대 참사이후 뉴욕시티의 분위기는 우울하다.
CNN을 통해 하루 종일 방송되고 있는 전쟁이라 규정된 미국의 현실은 둘째 치더라도, 주변 누군가가 희생되고, 희생자의 가족구성원으로 슬퍼하고, 무료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축제의 가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테러 이 후, 이전에 계획되었던 12개 이상의 큰 행사들이 취소됐고 나머지 행사들도 취소나 연기가 고려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들에게 선망과, 한편으론 질시의 대상이었던 호화스러운 패션쇼가 지금은 죄스러운 일들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분위기는 패션디렉터들을 위기 속의 미국 시민으로서 사회적인 책무와 매상을 촉진시켜야 하는 패션 비지니스맨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의류매상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고객들을 다시 매장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을 세일중인 매장에 와 달라고 전화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유럽에서 열리는 패션쇼에는 참석해야 하나?
쇼핑몰의 텅빈 매장을 보면 뉴요커들이 쥴리아니 뉴욕시장의 지역경제를 위해 제발 쇼핑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지는 않다.
이같은 소비심리의 저하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에도 원인이 있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다.
무역센터의 테러 이후 또 다른 생물학 테러 등의 위협으로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붐비는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타파를 위한 당장의 패션마케팅전략은 상극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상점 안의 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매장 안에 발을 들인 고객들의 생각을 무역센터참사에서 떠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점원들은 뉴욕참사를 상기시키는 대화를 고객들과 나누거나 참사 이후 우울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한 서비스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을 교육받는다.
또한 매장 내에 있는 의류 중 마치 업 타운의 테러를 피해온 망명민 같은 이미지의 옷들 또한 밝고 따사로운 분위기의 옷들로 대치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한편에서 벌어지는 대조적인 전략은 우리도 이번 테러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이다.
성조기로 둘러싸인 쇼윈도우와 옷에 작은 성조기 무늬 리본을 달고 일하는 종업원들, 계산대 옆에 놓인, 수입금이 이번 희생자들과 테러회복의 일환으로 쓰여진다는 성조기, 성조기가 프린트된 티셔츠들은 두 번째 경우이다.
아무튼 이번 가을이 패션인 들에게 있어 시련의 시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패션산업이 여기서 절대 끝나지 않을 것 역시 확실하다.
지금까지 아이디어의 재탕 삼탕, 그리고 유명 스타에 기반을 둔 광고 전략에만 지나치게 전력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패션업계에게 이번 참사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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