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창업통한 한국적 혁신 클러스트 방안 절실
대구시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인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을 둘러싸고 감사원이 지난달 31일 패션어패럴 밸리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발표한 이래, 연일 지역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구 입장에서는 아무리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닌밤중에 밥먹다 숟가락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 섬유업계는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며, 이번 감사가 자칫 밀라노 프로젝트 전체의 실패로 비쳐질 오해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감사원은 재검토 이유로 입주자 수요조사 등 타당성 분석이 미흡하고 민자유치 등 재원조달도 불투명한 점을 지적하고 나서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혁신산업 지원금에 관련된 문제는 비단 대구 뿐만이 아니다.
지난 김대중 정부로부터 5년 이상 추진해온 부산 신발산업 육성정책도 막다른 골목에 이른 분위기다. 한때 신발산업의 전성기를 누리며, 80년대 한때는 세계 최대의 산업 클러스트를 형성해 왔던 부산은 10여년 만에 공동화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시와 중앙정부의 야심적 합작품으로 지난 5년간 1천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이 투입된 부산 신발산업 육성 정책.
신발산업의 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 기업들의 기술역량 고도화를 지원하고 지역 대학의 혁신 기능을 강화하며 관련 공공연구기관을 확충하여 혁신적 클러스터를 구축하자는 전략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1천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이 투입된 부산 신발 육성정책은 이 산업의 붕괴를 억제하는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런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경쟁력 있는 기술선도 기업을 유치하거나 창출하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지역내의 기존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에 정부의 지원 자금을 배분 한 데 기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의 익산에 위치한 니트산업 연구원 역시 입장은 매한가지다.
이런 지역육성산업지원 사업실패에 대한 도미노 현상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수준이 낮은 산업단지를 고기술의 클러스터로 재구축하기 위해선 높은 기술적 역량을 갖춘 외부적 요소의 수혈과 경쟁이 필요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기존의 내부적 네트워크를 다소 보수하거나 연계를 맺어주는 전략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범하고 있는 오류는 기술학습과 혁신의 원천을 기업이 아니라 지역 대학이나 지역 연구소와 같은 비산업 부문에 치중했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또한, 지역혁신 체계론의 또다른 오류는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발전에 대한 환상과 집착이라는 말도 제시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역 기업과 지역적 연구개발 요소간의 네트워크가 지역적 산업기술 수준을 높이고 혁신 역량을 고도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이미 산업적 고도화가 최고 수준에 이른 실리콘밸리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 지방 클러스터의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높은 기술을 가진 기업의 수혈이 있어야 기존의 저기술 상태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은 몇천억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낭비했다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지개빛이라던 앞날이 실은 오리무중이라는 모두의 좌절감이 더 심각하다.
물론, 현 정부 고위 정책결정자들의 생각대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산업시스템은 혁신적 클러스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혁신적 클러스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전략산업 분야의 기술을 선도유치하고 창업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