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한우물 판 업계 원로
“개인착복 없었다” 여론 비등
섬유업계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지난 1일 전격 법정구속된 박동식 한국합섬 명예회장(74)의 대대적인 구명운동에 나선다. 섬유업계는 서울중앙지법 합의1부(재판장 이충상 부장판사)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박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하자 이는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박 명예회장에게 적용된 업무상 배임혐의는 지난 98년 IMF 시절 금융감독원(원장 이헌제)이 한국합섬을 64대 그룹 군에 강제로 포함시키고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명목아래 이화상사 등 개인기업까지도 유상증자를 강요하는 등 금융기관과의 상환약정을 체결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불거졌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5개 계열사의 유상증자로 충당한 회사 돈 205억원을 개인 명의로 바꾼 뒤 다시 회사 명의로 상환한 게 업무상 배임혐의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합섬측은 당시 정부의 뜻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신규대출 금지는 물론 금융상환 연장 금지, L/C 오픈도 못하는 등 사실상 기업활동이 불가능 상태였다며 또 박 회장은 당시 5개 계열사의 유상증자 금액 205억원을 전액 금융기관 부채상환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박회장은 지난 4월에도 사재 40억원을 금융기관 부채상환 용으로 내놓았었다.
섬유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박회장에 대해 회사 돈 개인 착복 사실이 없고 고령인 점을 감안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비교적 관대한 형량을 구형했는데도 1심 재판부가 예상을 깨고 중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한 것은 엄격한 법의 잣대만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명예회장은 평생을 섬유 한 우물을 파온 원로 섬유기업인으로 업계의 추앙을 받아오는 등 최근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모은 사재를 쾌척하는 올곧은 기업인상을 실천해 왔다”며 “지난 6월 검찰이 처음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회사공금의 개인 착복 사실이 없고 고령인 점을 감안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한편 한국합섬은 박회장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중형을 내린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대구를 중심으로 한 섬유업계가 박 회장에 대한 법원의 선처를 구하는 탄언서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