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관련 연구기관들의 현실안주가 도를 넘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 5년을 비롯, 2단계 밀라노프로젝트(지역 진흥산업)5년 등 총 10여년간 산자부, 대구시, 경북도가 이들 연구기관에 지원하는 예산만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운영예산, 설비도입비, R&D사업 지원비, 건축예산등 부문마다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대구섬유를 고도화하고 부가가치화시켜 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 달라고 지원되는 예산이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달콤한 맛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현실안주. 먼저 쓰고 보자는 식이다. 건물이 없어 연구를 못한다는 듯 건물 짓기에 바빴다. 대 업계 기술지원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설비란 주장에서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비참할 지경이다. 연구소는 있으나 업계를 위한 연구소는 없다. 업계를 위한 연구소라기보다 연구소로써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발된 기술이 업계에 보급돼 상품화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친 셈이다.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R&D사업으로 상품화가 이루어져 수출시장을 확대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보잘것없을 정도다.
한 연구기관의 책임급 연구원은“연구소가 거듭나지 않고는 비전을 제시할 수 없을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연구소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업계를 위한 실질적 연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 상태로는 무리라는 얘기다. 모 연구소는 선임급 연구원이 대거 빠져나가 홍역을 겪고 있다.
연구소가 가동방향이 없다는 이유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이유다.
연구 분위기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고 주어진 임무수행에 바쁜 일과도 걸림돌이다.
또 다른 연구소는 연구원들의 판에 박힌 현실안주가 몸에 베어 실질적 연구사업에서 겪는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지원되는 각종 R&D사업을 많이 따내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연구소 운영비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경쟁력 제고라는 개발목표는 뒷전이다.
전략산업기획단도 장단을 맞추고 있는 꼴이다. R&D과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를 찾고 있지만 쉽게 나올 성 싶지 않다. 연구기관과 전략산업기획단, 산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등 R&D과제와 직결된 유관기관들의 거듭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R&D사업으로 개발해낸 기계나 상품 중에서 매출이 전무한 사례를 찾으라면 부지기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