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불고 있는 기업 매각, 브랜드 중단의 움직임이 여성복 시장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이랜드가 네티션닷컴과 데코를, 세아상역이 나산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2~3개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업체들도 브랜드 전개상황에 한계를 느끼고 투자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경우, 과감히 브랜드 전개를 중단하는 사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랜드월드는 여성복 사업의 효율집중을 위해 ‘피오루치’ 전개를 중단했고, 플래퍼코리아도 지난 FW시즌 선보였던 영캐주얼 ‘더플래퍼’ 전개를 최종 중단했다. ‘더플래퍼’는 걸리시 빈티지 감성의 영캐주얼 시장이 틈새로 작용하긴 했으나 시장파이가 적어 영업전개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디룩도 캐릭터 ‘레이크그로브’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북유럽 감성의 절제된 캐릭터와 쉬크한 이미지를 강조한 프리미엄 캐릭터캐주얼로 런칭했던
레이크그로브는 캐릭터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고 향후 캐릭터 시장의 불투명한 성장성을 이유로 브랜드를 중단키로 한 것. 대신 추동시즌 프랑스 직수입 여성복 ‘마누슈’로 볼륨여성복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우진인터라인도 로맨틱 감성의 페미닌 캐릭터 브랜드 ‘보니페이’의 영업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브랜드 중단을 결정했다.
또 최근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엔씨에프의 ‘지컷’ 브랜드를 인수했다.
엔씨에프는 ‘나이스크랍’의 안정화와 사세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올 SS시즌 야심차게 준비한 ‘지컷’을 선보였지만 결국 전개 두 시즌 만에 브랜드를 떠나보내야 하는 곤혹을 치뤘다. 어차피 엔씨에프측은 내년까지 영업을 강행했을 때 약 60억원 적자를 예상했기 때문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인수는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처음 백화점 품평을 통해 자태를 뽐냈던 ‘지컷’은 고감도의 페미닌하고 꾸띄르한 컨셉으로 스타일링을 제안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안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향후 행보가 불투명했다.
고감도 상품이지만 가격이 중가보다 높아 가격매리트가 적고, 대중성과 상업성, 소비자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면서 구매까지의 연결이 용이하지 않았던 것이 큰 원인으로 짐작된다.
‘지컷’ 역시 백화점 7개 매장을 확보하는 데 그쳤으나, 향후 저수익성 판단이 브랜드 중단과 인수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경기불황인 상황에서 브랜드 경영 노하우 부족,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 등으로 인한 패션비즈니스 전략이 미숙했기 때문이다.
특히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가 변화시킨 마켓패러다임에 따라 중저가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에 경쟁력을 상실한 브랜드들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고, 향후 중단 브랜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