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브랜드들을 물리치고 백화점 내에 대형 매장들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실제로는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들은 해외 브랜드가 젊은 고객 유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리뉴얼 및 신규점 오픈 등에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각 매장들의 매출은 저조해 백화점 내 ‘계륵’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SPA 브랜드가 하나 입점하면 국내 10~20개 정도의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국내 유통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는 백화점에서 퇴점하게 되면 어떻게 유통을 전개해야 할 지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했다. 또 “해외 브랜드라면 무조건 유치하고 보는 백화점의 횡포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며 “국내 브랜드가 커나갈 수 있도록 대형 유통망에서 먼저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옳지 않느냐”며 성토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롯데 등 주요 백화점 일부 글로벌 SPA 점포들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기존 국내 브랜드가 퇴점하기 전 같은 면적에서 올린 매출보다 절반 정도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브랜드들은 백화점 유치 경쟁으로 수수료도 국내 브랜드 업체보다 3분의 1정도의 수수료율만 부담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S백화점 지방점에 입점한 H브랜드의 입점 수수료는 매출액의 8% 내외, I백화점에 입점한 U브랜드와 Z브랜드 수수료율은 매출액의 14~16% 정도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이들 브랜드의 월 평균 매출은 H브랜드 10억 원대, L백화점 본점 U브랜드 8~10억 원, Z브랜드 4~10억 원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화점들의 수익성도 당연히 국내 업체 유치보다 현저하게 떨어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이미지를 지향하는 백화점 고객층과 트렌드를 중시하며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는 고객층은 서로 다르다”며 “글로벌 SPA 브랜드 입점이 처음에는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로드 상권에 이미 많이 분포된 글로벌 SPA 매장들을 굳이 백화점에서 방문할 이유를 고객들은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SPA 효과 기대이하 ‘속앓이’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