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칭) 발족, 각 단체들 ‘기대반 우려반’
5월말 창립총회, “한국패션발전, 후진양성위해 모든 것 내려놓겠다” 의지표명
‘사상 처음’으로 6개 단체의 패션디자이너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칭)’를 발족했다.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 프레스센터에서는 ‘가장 뭉치기 어렵다’는 단체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큰 뜻’을 향해 자리를 같이 했으며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초대회장 이상봉)’의 창립을 선언했다. <사진:왼쪽부터 신장경 SFAA 회장, 조명례 KFDA 회장, 장광효 대표, 이상봉 초대회장, 양성숙 FGI 부회장, 홍은주 대표, 박윤정 NWS 회장.>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창립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상봉 디자이너는 “어려운 시기에 연합회 창립의 용단을 내린 선배, 후배와 동료들의 행보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그동안 디자이너들이 개별적으로는 인지도가 높았지만 내부적으로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한 것에는 먼저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상봉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조명례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회장, 박춘무 세계패션그룹(FGI)회장을 대신한 양성숙 부회장, 신장경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회장, 박윤정 뉴웨이브인서울(NWS)회장, 남성복 개별디자이너 모임의 장광효 대표 및 여성복 개별 디자이너 모임의 홍은주 대표가 참가했다.
특히 이번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발족은 서울패션센터 폐쇄등 패션디자이너들의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서울패션위크가 임박한 상황에 선포돼 패션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상봉 회장은 “4월2일 개최예정으로 불과 한달을 조금 앞둔 시점에서 서울컬렉션 참가에 대한 준비와 의견개진에 대한 의미도 없지 않으나 무엇보다 거시적 안목에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패션디자이너들의 권익을 대변, 패션산업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의 기득권을 내세우기 보다 신진과 기성이 아우르는 연합회로 역할을 할 것이며 그 첫 당면과제가 서울컬렉션등 서울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디자이너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임을 언급했다.
이날 신장경SFAA회장은 “선배의 입장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임하겠으며 SFAA컬렉션도 서울컬렉션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조명례KFDA회장도 “대의를 위해 아낌없이 협조하겠다”고 했으며 양성숙FGI부회장은 “84년 한국패션협회는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돼 한국하이패션협회로 출발했다.
그러한 역사가 있는 만큼 발전된 미래를 위해 협회와도 긍정적인 사고로 협조할수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홍은주 디자이너는 “신진들의 어려움을 덜어줄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 한편,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패션계는 기대반, 우려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초심’을 잃지않고 일관된 행보로 한국패션산업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칭) 창립 발표문>
근래의 우리나라 패션산업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생산 시스템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해외브랜드 특히 SPA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내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등 국내 패션산업은 그 어느 업종보다 심각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패션산업 중에서도 디자이너패션산업은 개인의 창의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분야인데, 그러한 특성 때문에 기업형태의 패션브랜드에 비해 대부분 영세한 편입니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은 패션디자이너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원동력이 돼왔습니다.
그러나 지원기관인 정부나 지자체에서 패션디자이너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패션지원 시스템이 관료화되거나 획일화되어 일방통행식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자이너들 또한 1990년대 초반부터 자체적으로 컬렉션을 개최하는 등 자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늘어나면서부터는 패션산업 발전을 위해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대응해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폐해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패션디자이너들이 통합된 목소리로 일관성있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패션디자이너들도 여러 단체에 나뉘어져 있어서 적절하게 대응해오지 못했습니다.
패션디자이너산업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그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이상 개별적인 의견표출로는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판단되어 기존의 4개 패션디자이너 단체들과 2개의 개별디자이너 모임 대표들이 연합회 성격의 단체를 발족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 (가칭)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패션디자이너들의 견해를 폭넓게 수렴해서 일관성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패션디자이너산업을 지원하고자 할 때에도 보다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또한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패션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자각하고 이를 위해 수동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향후 연합회는 국내 패션디자이너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패션디자이너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 패션디자이너산업, 더 나아가 한국패션의 발전에 앞장서서 기여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1. 우리는, 패션산업이 단지 의류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생활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지식서비스산업이자 문화산업임을 인식하고 패션산업의 발전이 대중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1.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단체가 개별화되고 폐쇄적으로 운영돼옴으로써 패션디자이너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데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통렬히 반성한다.
1. 우리는, 한국 패션산업의 중흥을 위해 ▲패션디자이너들의 자체 경쟁력 강화 ▲유통 및 생산환경 개선 등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1. 우리는, 한국 패션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신인 디자이너 발굴 및 육성에 적극 노력한다.
1. 우리는, 한국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주체적으로 자구책을 찾고자 하며 이번 연합회 발족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2월20일
이상봉((가칭)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
조명례(사단법인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회장)
박춘무(사단법인 세계패션그룹한국협회 회장)
신장경(사단법인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장)
박윤정(사단법인 뉴웨이브인서울 회장)
장광효(남성복 개별디자이너 모임 대표)
홍은주(여성복 개별디자이너 모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