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가남성복, 시장변화 보폭 못 맞춰
중가남성복, 시장변화 보폭 못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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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 주도권 갖는 한 난항 계속”

중견패션기업의 본부장 출신이면서 옷 잘입기로 소문난 H전무는 최근 글로벌 SPA 브랜드에서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재 갖춰 입은 자켓과 팬츠, 셔츠의 총 구입가격은 20만 원 안팎이다.

그동안 중고가 골프캐주얼을 고집해 온 50대 Y사장, 최근 우연히 들른 글로벌 SPA매장에서 워셔블 울 니트를 충동구매 한 이후 자주 이 곳에서 캐주얼 단품을 구입해 입는다.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단면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일도 빠지지 않고 품질대비 가격이 좋다”는 것이다. 최근 중가대 남성복업계는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장변화에 대응한다고 하지만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스마트한 소비시대에 신규라인 개발과 가격전략구사, 고정고객확보등 어느 하나 순탄한 것이 없어 보인다.

주변 환경 또한 녹록지 않아 코오롱FnC FP사업부와 LG패션 ‘타운젠트’는 각각 클린 프라이스와 해피 프라이스 제도를 실천하겠다며 30% 가격할인을 선포했는데 유통사는 거꾸로 수수료를 높이겠다고 통보해 왔다.“가격 정상화와 건전한 소비풍토 조성”을 모토로한 이 전략이 영속적으로 실천될 지, 관련업계 또한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그동안 남성복의 소비층은 여성이 절대적이었는데 최근에는 남성이 직접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구입하는 ‘스마트 쇼핑족’이 늘어나면서 브랜드사들은 제품개발에 대한 부담감도 두 배로 갖게 됐다. 브랜드별 컨셉을 재정립하고 별도 라인도 기획하는 등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히 중가 남성복업계를 힘들게 하는 것은 ‘브랜드’주도가 아닌 ‘유통주도형’ 매장전개이다. 중가브랜드의 주요 터전인 대형마트유통과 아울렛등은 자사의 특징에 맞게 브랜드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분명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인데도 유통사별로 다른 브랜드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중가 남성복업체들이 2개 이상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지도 제고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편집샵’명목으로 샵명을 붙여 MD를 하기도 하고 여건에 맞춰 한 개 브랜드, 혹은 두 개 브랜드로 매장을 구성하는 등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아이덴티티 정립도 안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도 어려운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생기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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