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독식 깨고 소재산업 지원하는 협력상생 모드 생태계 조성 나서야”
원단생산업체 김섬유 사장은 최근 회사가 거덜날만한 황당한 일을 당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김 사장은 지난해 가을 국내 유명 패션브랜드업체와 m당 5000원에 10만m 원단을 공급하는 납품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그만 10일 정도 원단납기가 지연되는 사고가 터졌다.
패션브랜드업체는 원단 공급 지연으로 제품판매에 차질을 빚었다며 택 가격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해 왔다. 이 원단으로 만든 옷의 택 가격은 피스당 20만 원이었다. 김 사장이 맞은 클레임 비용은 옷 생산량 3만3000피스, 총 66억 원에 달했다. 5억 원어치 원단 공급하려다 당장 66억 원짜리 클레임 폭탄에 울어야하는 사태였다.
택 가격으로 클레임 치는 것은 완판행위나 다름없다. 그런데 섬유패션업계에 이 같은 시비가 끊이지가 않는다. 이해를 달리하는 스트림간 불신 행태는 산업을 죽이는 독버섯이지만 당당히 고개를 세운다. 경기가 불황터널에 갇히면 이해 상충의 골은 더 깊어만 간다.
최근 의류 브랜드의 甲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끊이지가 않는다. 정부가 원하청업체간 협력을 통한 상생을 부르짖지만 산업의 현장은 되레 ‘나 몰라라’ 로만 치닫는다. 먹이사슬 생태계가 갈수록 더욱 견고해져 간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의류 브랜드와 원부자재 업계의 먹이사슬 생태계는 ‘너 죽고 나 살자’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기승을 더한다.
김섬유 사장의 사태는 단지 그만의 일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류 브랜드와 거래하는 원부자재 모든 업체가 피해나가지 못할 정도로 일상화됐다. 섬유 원부자재 업계에 나도는 ‘내수거래는 더러워서 못하겠다’는 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업계에 만연된 甲질의 관성이 갈수록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증이다.
최근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판매가 급성장세를 탔다. 대부분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고어텍스를 탑재했다는 아웃도어 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낸다. 소비자가 머리부터 발까지 고어텍스를 탑재하고 유명 브랜드를 단 아웃도어를 구매할라치면 최소 150만 원은 지불해야 할 정도다.
아웃도어의 열풍은 의류소비의 새로운 풍속도를 열었지만 국내 섬유산업에 던지는 과실은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웃도어 브랜드의 횡포만 더 키웠다는 비판까지 불러일으킨다. 원부자재를 둘러싼 납품비리에다 장장 6개월에 달하는 결제기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택가 가격으로 클레임을 치는 몰염치한 행태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정황만 놓고 보면 의류 브랜드는 밑지는 장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백화점 매장 진출 등 유통비용 부담이 크다는 강변이 있겠으나 이 비용은 이미 택 가격에 반영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익의 향연으로 귀착된다. 품질 좋은 원부자재와 뛰어난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유명 브랜드를 붙여 높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것 자체는 누구도 부정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탈이 엄연히 벌어지고 이익만 독식하겠다면 그 역풍은 감당하기가 힘들다.
“브랜드의 원단 구매 기준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같은 기술로 생산한 원단이라도 국산과 일본산의 가격 차이는 최소 5배 이상으로 보면 됩니다. 국산보다 저급 기술의 원단이라도 일본산이면 4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납니다. 외산 원단을 사용했다면서 택 가격을 높이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아닙니까?” 김섬유 사장의 질타는 강했지만 상생에 대한 실낱같은 바램에 힘을 보탰다. “국내시장서 돈 벌었으면 이익의 일부를 국내 소재산업 지원에 나서는, 선 순환적 생태계 조성에 나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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