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트렁크 하나 들고 상경한 청년이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올라 뜨거운 박수를 받을 때까지, 그는 디자인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 한 번 한적 없었고 폼나는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감이 좋았다. 옷 만드는게 즐거웠다. 바느질 하나로 세상의 경계를 잇겠다는 쏘잉바운더리스(Sewing Boundaries) 하동호 디자이너다.
대구 태생 하 대표는 섬유업에 종사하는 가족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재단판 위에서 뛰어놀았다. 티셔츠 제작 과정과 봉제 작업을 눈으로 먼저 익혔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빨간 티를 제작해서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동대문에 입성했어요. 밑바닥부터 배워보자는 일념 하나로 일하다가 길옴므 서은길 선생님 밑에 들어갔죠. 그 때부터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무대 뒤가 아닌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
오기와 깡 하나가 자신의 무기였다는 그는 2005년 길옴므에서 첫 쇼를 진행했다. 뜨거운 희열감을 맛본 후 ‘멋있는 옷을 만들자’는 마음이 강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보다 더 떨리고 기분 좋았던 적이 없다.
“그 땐 모든게 다 신기했어요. 당시 동대문 출신 최범석 디자이너가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걸 보고 많은 힘을 얻었죠. 배우지 않아도 분명 길은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 대표는 고집스럽다.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있는 세컨드 레이블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당찬 디자이너다. 싼 옷은 싸게 비싼 옷은 비싸게 판다는게 그의 확고한 이론이기 때문. 어떤 제품이든지 고객에게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생각이었다.
“매 시즌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요. 제일 생각이 많았던 첫번째 시즌에는 달랑 한 제품 팔렸어요. 하지만 꾸준한 마니아 층 덕분에 힘을 얻었죠. 판매보단 저의 감성을 보여주는게 먼저에요.”
그는 현재 회사운영과 마케팅, 다음 컬렉션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자양동에 있는 자체 프로모션 공장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 이 곳에선 커플티와 유니폼 류의 캐주얼군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네오플랜 등 다양한 소재를 직접 만드는 건 기본이다. 향후 남녀노소가 모두 입을 수 있는 브랜드로 도약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이 이러한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준비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의 힘은 내셔널 브랜드 제품에는 없는 ‘옷’의 이야기를 고객이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것에서 나옵니다. 저는 그 힘을 자부심이라고 생각하고 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존재를 비틀어서 선보일 거에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각오가 됐습니다.”
하 대표의 다음 시즌 컨셉은 ‘보이스카웃을 꿈꾸는 아람단’. 독특한 이야기를 작품 속에 어떻게 담아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하동호 만이 할 수 있는 저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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