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불황 ‘끝’ 재도약 고삐 죌 때
54년 섬유 외길 대구산지 발전 앞장
“글로벌 브랜드 ‘STARTEX’ 탄생과
PET직물 세계일류상품선정 큰 보람”
“섬유를 오래 해오다 보니 이런 상도 받게 되는 가 봅니다. 지난 53년 11월 섬유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올해가 만 54년이 되는군요. 섬유 한 길에 만 매달려온 애정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특유의 호탕한 웃음도 이어졌다. 박용관 (주)성안 회장의 수상소감이다. 박 회장은 상 앞에서는 만시지탄 그자체다. 78년 25년여 만에 수출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14년 뒤인 92년에 은탑산업훈장(수출의 날)을, 그 후 15년 만에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게 됐다. 최고의 영예를 54년 만에 안은 셈이다.
92년 1억불 수출탑, 95년 2억불 수출탑을 기록할 만큼 국내 최대의 섬유업체라는 사실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기업규모와 수출금액도 중요하거니와 박 회장 특유의 섬유에 대한 애착심도 크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화섬산지 대구에서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그의 행보는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바빴던 그다. 대구 경영자 협회장(53년), 대구상의 부회장(83년), 대구경북 견직물조합 이사장(84년), 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 연합회장(91년),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 이사장(93년),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95년)등이 박 회장이 동종업계에 기여해온 주요 행적이다.
공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단체를 맡고 있는 인사들이 심심찮게 박 회장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한시도 산지 섬유산업발전을 위한 고민과 조언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는 그다.
“글쎄요. 섬유산업은 지금이 정말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간 장기불황과 극심한 구조조정에 휩싸였던 대구산지가 이제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기회가 온 겁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뛰어야 합니다.”
박 회장은 어느새 정색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기술 재정립, 설비 정비, 신소재 개발, 후가공 개발 등 산적한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업계와 단체, 연구기관 등이 힘을 합쳐 최적의 발전방안을 도출해내 실천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박 회장은 산업용 섬유개발과 후가공 기술 개발을 특히 강조했다. 후발국 추격을 떨치고 국산 섬유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54년간 섬유업에 매 달여 오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게 뭐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거침없이 “국제 특허로 등록한 세계적 상표인 ‘STARTEX’와 중동지역을 휩쓸었던 폴리에스터 직물의 ‘세계일류상품선정(2006년)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은 “이젠 제2, 제3의 차별화 제품 브랜드를 탄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구산지에서도 이 같은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안의 경우 “이미 도약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박 회장은 “의류용 소재의 차별화를 지속시키는 가운데 산업용섬유 개발에 주력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팔순 나이에도 아랑 곳 없이 매일 오전 8시30분이면 회사에 도착, 본사공장과 계열사공장을 순시하며 근로자와 임직원을 격려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박 회장에게 유일한 휴식시간은 일요일. 부인 오타수 여사와 경산 인근에 위치한 온천을 즐겨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