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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묘하게도 추위가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 추위에 대해 불평하기 보다는 그저 당연하
다는 듯이 「입시철이군!」이라고 하며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것이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의 고달픈 마음을 대변하
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에게의 관심과 그들의 그간 고
통을 이해해 보라는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고.
년말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예외없이 패션업체들은 「비
효율 브랜드 정리」라는 한파를 맞이하고 있다.
브랜드 철수는 해마다 반복되는 작업으로 업계인들은
그저 마땅히 거쳐야할 연말행사쯤으로 받아들이고 있
다.
게다 이미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불경기의 자구책으로
기업 몸집을 줄이면서 우리는 무수히 쓰러져가는 브랜
드들을 보아왔음으로 아픔에 대한 감각은 더욱 무디어
졌다.
삼성물산, LG패션, 신원과 나산 등의 대기업은 물론 한
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IMF 구제금융 1년의 기간동안 이름만을 남긴 브랜드들
이 신문 한 지면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를 정도다.
올 98년을 한달여 앞두고 기업 및 브랜드 효율정리가
부각되며 서서히 철수되는 브랜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에스콰이아의 「디자이너스 에디션」「MLG」나 대현
의 「페페」 같은 간판급 브랜드의 경우는 현재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매출상의 전망도 밝은 편이라 브랜드 철
수에 대해 업계인들은 매우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
다.
이에 대해 모기업은 브랜드 철수를 단행하며 『좋은 기
억을 가지고 있을 때 철수한다. 후일을 기약하며...』라
는 쓴웃음을 남긴다. 흔히들 브랜드를 자식에 비유하곤
한다.
그간 정성과 사랑을 쏟아온 브랜드가 더 이상 커가지
못한다는 아픔이 크지만 기업으로서는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경영주들은 단연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
이다.
三寒四溫. 우리나라 고유의 기온 현상인 삼한사온은 우
리가 대적할 수 없는 대자연이 가하는 당근과 채찍으로
여겨진다.
기업에서의 브랜드 철수 또한 기업내의 구조조직과 협
력社와의 관계에서 한 바탕 몸살이를 앓는 격이지만 투
자를 위한 몸추수리기를 마치면 새로운 희망을 담은 브
랜드를 선보이게 마련이다.
따스했던 날에 대한 기억에 연연해하며 당장의 아픔에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자신있게 이 겨울을 이겨나가 새
로운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길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