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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밥먹을 사람 수보다 밥의 양이 더 많다」
이는 현재 과잉공급으로 계속 뒤뚱거리며 넘어지기 일
보 직전에 있는 패션시장의 형국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일 게다.
업체별로 공급물량을 줄이고 브랜드도 많이 접은 상태
지만 수요 감소 폭에 비하면 이는 조족지혈(鳥足之血)
에 불과하다.
그나마 과거에는 다양한 컨셉을 제공해 자신만의 고객
유치가 가능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했으나
IMF이후 급격히 격감되는 매출을 보완하기 위해 유행
트랜드만을 추종하다 보니 스타일은 물론이고 소재까지
똑같아져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결같이 우려를 표명하
면서도 서로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자연도산 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논리상 고객이 찾지 않는 브랜드는 자연 도태되겠
지만 제각기 이러한 절름발이 경영을 반복하면 섬유·
패션업계 전반의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
각성이 있다..
컨셉이 한군데로 몰린 현 시점에서 한 업체의 부도로
땡처리가 성행하게 되면 그 파장이 주위업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업계의 도미노 현
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취재차 업체를 방문하다 보면 매출은 물론 브랜드 이미
지마저 점차 악화되고 있으면서 브랜드를 접는 것에 대
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과거에「괜찮았다」는 미련과 「얼마지나면 경제상황이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심리 속에서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식인 듯 하다.
「지금껏 투자한 것이 아까우니까」 하는 경영방식은
자사는 물론 업계 발전의 뒷덜미를 잡는 암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현 경제상황은 업종간 빅딜, 합병 등 주력업종은 키우
고 살아남기 힘든 업종은 과감히 사장시켜 버리고 있
다.
이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라면서 경험해보지
도 않은 업종에 이것저것 손 댈 시기가 아니라는 현재
상황을 적절하게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업체별로 무리하게 확장했던 브랜드를 접는 용
기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IMF이후 위축된 소비심리로 한정된 마켓공략을 위해서
는 예전에 부귀영화를 누렸던 브랜드라도 경쟁력 없다
고 판단이 서면 뒤돌아보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이 요구
되는 것이다. <허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