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발전의 최대 걸림돌은 위조 상품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작년 동대문, 명동, 남대문시장 등을 대상으로 위조 상품을 단속한 결과 7만2747점을 압수했다. 정품 시가 393억 4900만원 상당이다. 감시망을 피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복제품 제작·유통은 이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2013년 기준 한국의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5조 원에 달한다. 식음료와 화장품, 생활 용품은 물론 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카피’와 ‘짝퉁’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국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짝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제품들이 표절의 대상이 된 것이다. 푸시버튼과 문수권, 스티브J&요니P, 로우 클래식 등 인기 있는 브랜드가 컬렉션에서 옷을 공개하면 복제품이 1~2일 만에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에 깔린다. 비슷한 패턴이나 프린트가 셀 수 없이 많다.
송승렬 디자이너 브랜드 ‘캄퍼씨(Compathey)’는 작년 10월 출시한 번개티셔츠가 디자인 도용으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의류 제조사 스타일소싱과 독점계약을 맺고 ‘핸들자수 썬더’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품을 판매해 송 씨와 소송 중이다.
송 씨는 등록된 디자인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품이 아닌 경우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렵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위메프를 고소한 상태다. 그는 “복제품을 제조 판매한 업체 양측이 나몰라라 하고 디자이너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누가 디자인을 해서 널리 알리려고 시간과 돈을 써서 홍보와 마케팅 등을 하겠는가”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분통을 터뜨렸다.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는 기업형 브랜드와 차별화된 감성과 아이덴티티로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1인 기업 형태이며 복제 상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 기업은 적극적으로 자사 디자인과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프랑스 유명 아동복으로 불리는 ‘봉쁘앙’은 올해 1월 국내 소매업자와 제품 위조 및 상품 디자인 도용 관련소송에서 승소했다. 해당 업자는 봉쁘앙 로고 ‘체리’ 마크를 활용해 디자인을 카피해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쁘앙 관계자는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서 카피 제품을 판매하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홍보까지 하는 지경이다. 추가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 말 국내 속옷업체 쌍방울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이겼다. ‘롱샴’ 역시 국내 유통업체가 자사 가방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한 디자이너는 “매 시즌 고민을 거듭해 옷을 선보이는 디자이너에게는 정말 맥이 빠지는 일이다. 재판을 계기로 디자이너 브랜드가 보호받을 수 있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