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산책로의 감나무"댕감"을 누가따는가…조능식
"아파트"산책로의 감나무"댕감"을 누가따는가…조능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빈 방에 홀로 앉았으면 나이먹어 감이 설어웁다. (독좌비쌍빈=獨座悲雙髮) 이경(二更)-. 밖에서는 찬 비 내리고 (공당욕이경=空堂欲二更) 어디선지 과일 떨어지는 소리. (우중산과락=雨中山果落) ……무엇일까? 풀벌레가 방안에 들어와 운다. (등하초충명=燈下草蟲鳴) ▼중국의 시인 왕유(王維=699~762)의 「추야독좌(秋夜 獨坐=가을밤에 홀로 앉아)」라는 詩다. 누구나 나이 먹는 것을 슬퍼한다고는 하지만 그 슬픔이 「왕유」로 하여금 고요한 심경(心境)을 휘저어 놓치는 못했나 보다. 도리어 그 슬픔으로 하여금 <마음의 눈>은 더욱 맑아 져 자연의 미묘한 낌새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던 것같 다. 빈 방에 홀로 앉아 빗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고 있는 시인. 어디선지 들리는 듯 마는 듯 나는 소리가 <과일 >떨어지는 소리임을 알아차리기 위하여는 얼마나 마음 이 맑아져야 하는 것이겠는가……싶다. 왕유는 시 이외에도 <음악>에 정통했고 화가로서는 중 국 <남화(南畵)>의 원조로 존경받을 지경에까지 이르 렀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부모의 올바른 교훈에 힘입은바 컷 다. ▼자연을 신뢰하고 그것에 순응하는 멋(태도)을 풍류 (風流)라 한다면 그야말로 왕유는 <풍류시인>에 틀림 없으리라. -그의 이 詩속에서 “풀벌레우는 소리”“비오는 소 리”“과일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라는 대목에서 문 득 생각나는 게 있다. 누구나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흑냄새 나는 자연이 그리 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내에단 「산책로(散策路)」를 만들 고 화단을 꾸며 놓곤 나무와 꽃을 심어본다. 조금이나마 <콘크리트>상지속 같은 삭막함을 달래보자 는 자연적 동물인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에서다. 실타래子가 살고 있는 아파트내의 산책로를 낀 잔디밭 에는 여러가지 나무들틈에 끼어 「감나무」몇그루가 < 열매>를 맺고 서있었다. 9월 하순이라 감나무의 감은 아직도 덜익은 채로 푸른 색 그대로였지만 보기에 흐뭇하고 즐거웠다. 그래서 그전에 살던 집 뒷마당에 서있던 큰 감나무 생 각이 나서 “여보 저기 산책로 옆 감나무 서너그루에 감이 제법 주렁주렁 달려 있습디다-. 아직 <땡감>이지만…. 보기에 아주 좋던데-”했더니 “……그래서 아이놈들이 감을 따려고들 야단이지 뭐예 요-”하며 <노처>는 안타까워했다. ▼-몇일 후 오후 산책로를 거닐고 있었다. 젊은 아낙네 너댓명이 대여섯살 남짓한 어린 것들을 데리고서 그 감 나무밑에서 웅성대고 있지않은가? “이 어찌된 일 인가보냐-”. 젊은 애엄마 하나가 그 가냘픈(이식한지 얼마안돼서)감나무 가지위에 올라가 땡감을 따고 있지않은가. 그 밑에선 너댓명의 젊은 엄마들이 “왼쪽이야 왼쪽!” “좀 더 위야! 좀 더 윗쪽!”하고 성원(?)을 보내고 있 었다. 실타래子는 무지몰각(無知沒覺)한 그녀들이 몹시 가엾 어지면서도 울화가 치밀었다. “이것들 봐요-. 그 감들은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따서 뭘 하려고 야단들인가?. 더구나 어린 것들을 데리고서……. 당신네들의 지금하 고 있는 짓거리가 자식들 교육에 어떻게 미칠가를 생각 지 못하나? 참으로 딱한 일이구나…”. -하고 큰 소리로 내질렀다. ▼몇일후 다시 그 산책로를 거닐게 됐다. -생명력을 보는듯 했던 즐거움의 그 감나무의 <땡감> 들은 하나없었고 잔디밭에는 부러져나간 감나무가지가 무참히 나딩굴고 있었다. 그 가지에는 누렇게 시들어 붙은 잎새들이 바람에 하늘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6-11-20
  • 발행일 : 2016-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email protected]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