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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푸근함과
풍성함의 고유명절인 중추절이 지나면서 근로자들은 다
시 한 번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 계속되는 기업구
조조정 한파에 「실업자」라는 아픔을 피하기 위해 동
료간 눈치를 보면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싸움, 피할 수 없는 그런 싸움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추석이 지난 PET직물업계도 때 아닌 추위에 몸을 잔
뜩 움츠리는 등 고통스러운 심정은 매한가지다.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갈리는 수출전쟁에서 승자가 되기위해
열심히들 싸우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시장이 기대와 멀어지자 각 업체들은 살
아남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까이 하기엔 멀어져만 가는 시황과 수출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주력시장들이 추락세가 거듭되고 있어
이에 따른 오더는 가뭄의 연속.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 보니 시황과 아이템에 따라 오
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가 제시하는 가격에
의해 오더가 결정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국내 업체끼리 출혈경쟁으로 더 낮은 가격을 바이
어한테 제시해 가격 끌어내리기에 물불을 안가리고 있
다.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이같은 악순환이 언제부터 시작
됐는지, 또 언제 끝날는지는 예측할 수 도 없으며 아무
도 모른다는 것.
이런 PET직물업계의 내·외적 기이한 현상을 두고 2
가지의 유행어를 낳고 있다.
에니 프라이스 오.케이 컨펌(Any price O.K confirm)과
게릴라 전법이 좋은 예. 시황이 어디부터 먼저랄것도
없이 바닥세를 계속 치자 각 업체들은 「가격에 구애받
지 말고 밑지는 장사가 아니면 된다」식의 무분별한 가
격제시로 베이직아이템들은 가격 마지노선이 무너진지
오래며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 오가는 사태까지 진행되
고 있다.
또한 한 업체가 이미 계약해 놓은 업체의 바이어한테
다가가 더 낮은 가격으로 가격을 오퍼해 기존 계약을
파기시키게 하는 게릴라 전법이 더욱 기승을 부려 지난
여름 우리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힌 게릴라성 폭우만큼
한 두업체의 게릴라가 PET직물업계를 전체물을 흙탕
물로 변조시키고 있다.
결국 자존심 문제다. 자존심 있는 업체, 자존심있는 가
격과 아이템. 누가 뭐래도 자사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
다. 비록 생존경쟁이 힘에 부치고 살아남기에 급급할지
라도 자사만의 이익을 우선한다든지, 남의 집 떡이 커
보여 무분별한 카피로 일관한다든지 하는 이기주의식
영업을 버려야 살때다. 부패와 부정으로 대부분 멍든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층은 정화된 소수의 양심을
가진 선량한 시민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박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