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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경련 회장은 올초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시설
투자를 막아가면서까지 국제 무역 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 알게 모르게 업계 따가운 눈총을
받은바 있다.
따라서 대우 관련 계열사 임원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워
했던 김회장의 무역수지 개선 의지는 생각 있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외산 섬유 직기를 수입, 국내에 보급하던 A社 관
계자는 이같은 발표후 분통을 터뜨렸다. 『섬유 설비는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 지속적인 국내 생산 설
비 확충이 따르지 않는다면 나중에 발생할 생산 공동화
현상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지적했던 말이 기억난
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발표는 거의 유명
무실해져 버렸다.
얼마전 보우텍스는 비공식적으로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총 1천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실행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보우텍스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 설비는 아직까지도 세
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발표는 조금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다. 심지어 나라님들의 중남미 순방 코스에는 보우텍스
의 현지 공장 답사가 의례적으로 끼워져 있었다니 그동
안 보우텍스의 설비 투자 계획이 얼마나 정력적이었는
지는 누구나가 알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 보우텍스는 자사 상표인 「바치」를 세
계 일류 Y셔츠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몇 개
월전부터 신개념의 봉제 생산 기계 개발에 몰두해 왔
다. 오히려 전문 섬유 기계 제작 회사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앞질러 가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이정도면
세계 일류를 향한 보우텍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할만 하
다.
세계적 스웨터 제조업체로 혜양섬유가 있다. 혜양섬유
의 자동화 기계 설비를 본 해외 바이어들은 입을 쩍 벌
리고 놀란다. 『한국에 이런 업체가 있었다니...』 하는
식이다. 그동안 혜양섬유는 열악한 국내 인건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생산 기지를 늘리기보다는 내수 기
계 자동화 설비 확충에 더욱 전력해 왔다. 결과 혜양섬
유는 올초 세계적인 스웨터 경기 바람을 타고 찾아오는
바이어를 빈손으로 돌려보냈어야 할 만큼 톡톡한 재미
를 누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를 맞아 많은 섬유류 업체들이 살아남기에만 급급,
투자개념을 도외시 해 버린지 오래다. 생존 개념이 경
쟁 개념의 상위 개념으로 자리잡았으니 주객이 전도 되
도 그 도를 한참 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늘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법. 미래를 준비하는
업체는 언젠가는 그 달콤한 열매를 즐길 수 있을 것이
라는 금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때이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