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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치는 가을 밤
홀로 거닐면
시름에 싸이는
나그네 마음.
멀리 배에서는
등불이 새어 오고
초생달을
두들기는
다듬이 소리.
국화 또핀
남 녘에
사람은 앓아 눕고
편지도없는 북 쪽
기러기도 무정해
지팽이에 기대어
처마 밑에 서면
서울 하늘 쪽
은하(銀河)아스라
하다.
▼노하천고추기청
(露下天高秋氣淸)
공산독야여혼경
(空山獨夜旅魂驚)
소등자조고범숙
(疎燈自照孤帆宿)
신월유현쌍저명
(新月猶懸雙杵鳴)
남국재봉인와병
(南菊再逢人臥病)
북서부지안무정
(北書不至雁無情)
보첨의장간우두
(步詹倚杖看牛斗)
은한요응접봉성
(銀漢遙應接鳳城)
▼중국 제일 가는 시인은 누구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
두보(杜甫=712
~770)라고 대답하는 것이 정답처럼 되어 있다.
두보는 이백(李白=701~762)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지목된다.
위의 「가을밤」이라는 시는 서기 766년 두보 나이 55
세의 작품이다.
-아첨하거나 비굴하지 않은 그의 성격이라서 벼슬에서
물러난 후 여기저기 전전한 끝에 「기주=장안의 남
쪽」에 살면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 고독을 감수해야했
던 때 쓴 작품.
따라서 두보의 詩들 중에는 침통한 감정을 노래한 쪽에
걸작이 많다는 평자들의 말이다.
이백(李白)처럼 낭만과 환상을 지니고 있는 시인은 평
상시에도 정열이 끓어 오를 수 있었겠지만 두보의 경우
는 그렇지 못했는지 모른다.
이 시의 첫머리 「이슬」과 「하늘」과 「가을의 소슬
한 바람」등 세 가지 요소가 계절의 슬픔을 느끼게 한
다.
▼다음에는 이백의 「조용한 밤에 생각한다(靜夜思)」
라는 시를 더듬어 보자.
서리 내린 곳
달빛이 맑다.
자다가
일어나 앉는다.
고개를 드니
산에 달이 걸리고
눈에 삼삼이는 고향…….
나는 그만
머리를 숙인다.
▼고향생각에 잠못 이루어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다가 문
득 눈을 돌리니 뜰을 뒤덮은 이 어인 서리인가?
이윽고 고개를 처들어 산에 걸린 달을 보고야 그것이
서리 아닌 <달빛>임을 알았더란다.
나그네 시름 진정할 길 없어 다시 고개 숙여 향수(鄕
愁)에 잠겨버린다…….
××× ×××
▼-가을 속의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소나기 한줄기에
소슬한 바람이 가을을 몰고 온 어제 오늘이다.
두보나 이백의 시가 아니드라도 요즘 우리들의 온갖 <
침울함> 들은 정녕 <나그네>의 시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청명한 대기로 오곡백과 무르익어 풍요를 약속
하는 오늘이 아니냐?
「가을 향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고 힘내자고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