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윤호중 유어스 상인협동조합 이사장 - “상인들 힘으로 1조 가치 ‘유어스’ 키울 수 있게 해 달라”

서울시 “불법행동·시설물 훼손 등에 법적 조치 대응” 상인協 “서울시 일방통행만 주장…대화·타협 나서라”

2017-08-19 정기창 기자

동대문 유어스 상인협동조합(이사장 윤호중)은 이전 서울시와 대화창구였던 상생위원회가 확대 개편된 유어스 입점 상인들 모임이다. 윤 이사장은 “서울시가 상생위원회를 유어스 운영사인 문인터내셔널에 우호적인 조직으로 매도해 부득이하게 조합형태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며 “우리는 120% 상인들 모임이며 문인터내셔널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했다.그는 “문인터내셔널이 상가 운영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게 아니다. 상인들은 그 동안 동대문 시장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온 유어스 브랜드를 사용하고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운영권을 상인들에게 돌려달라는 것”으로 요약했다. 윤 이사장은 몹시 격앙돼 있었다. 서울시가 상인들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쫓아 내려는 궁리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는 얘기였다. 지난 16일 유어스 상가 4층 상인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윤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년 전 유어스에 들어와 2층 117호에 ‘제이 바스티니’라는 여성복 매장을 운영해 왔다.

▲상인협동조합 허가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나.
“이전에는 상인들이 상생위원회를 통해 서울시와 접촉했는데 시는 이 위원회를 문인터내셔널의 비호세력으로 선 긋고 대화에 나서지 않아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 유어스 입점 347개 매장 중 310개 매장이 조합비 100만원을 내고 가입한 합법적 조합이다. 조합설립은 신고제인데 서울시는 설립 과정에서 기재부에 의뢰하라거나 관할인 중구청에 조합 설립을 불허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방해를 했다. 결국 중구청도 (시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고 해서 정관 일부를 수정해 앞으로 일주일 안에 승인해 주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

▲조합설립 하는데 기재부가 무슨 상관인가.
“시간을 끄는 거다. 9월1일이면 유어스 자체가 없어지는데 그 이후에 허가가 나면 유어스 상인협동조합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게 서울시의 노림수다. 다방면에 걸쳐 압박을 받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과 수의계약 맺은 상인이 91명으로 전체 1/4정도 된다. 이들도 조합에 가입했다는 얘긴가.
“서울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와 91명 상인들이 맺은 것은 수의계약이 아니라 수익허가다. 계약이 성립되려면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신청, 접수 받은 건수를 모두 계약이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단 1명도 서울시에 돈을 내고 계약까지 간 상인이 없다. 시는 돈 입금은 개별통지하겠다고만 하더라. 일련의 과정에서 서울시는 불법 점유와 불법이익 환수 등을 거론하며 상인들을 전과자로 만들고…. 특히 국세청을 통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이메일과 문서를 통해 상인들을 위협했다. 부부나 친구끼리는 아무리 싸워도 끝까지 건드려서는 안될 선이라는 게 있다. 서울시가 공권력을 동원해 상인들 세무조사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국세청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질의를 했다. 그랬더니 국세청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더라.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도 되는가.”

▲서울시는 앞으로 5년간 1회에 한해 현재 상인들이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5년 혜택을 더 주겠다는데 왜 거부하겠나. 서울시를 못 믿겠다는 거다. 2012년 유어스 4층에 봉제공장이 들어왔는데 서울시는 운영권을 서울디자인재단으로 넘긴 뒤인 2014년 일방적으로 나가도록 조치했다. (본지 2014년 10월20일자 ‘영세 봉제업체 울리는 서울시 갑질 논란’ 참조) 수의계약의 신뢰성을 믿을 수 없다. 단서 조항을 보면 언제라도 서울시 의도대로 용도 변경 등을 추진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

상가 시설 관리는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 단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유어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첫 번째다. 2015년 12월 서울산업정책연구원은 유어스의 브랜드 가치를 약 1조원으로 평가했다. 동대문을 오는 중국 관광객이나 바이어들은 직접 유어스라는 이름을 듣고 찾아온다. 오는 9월에는 유어스 브랜드로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 광저우 의류도매 시장에 이미 200여 점포가 입점 계약을 완료했다. 이런 브랜드를 서울시가 격려하고 끌고 가지는 못할망정 새로운 이름을 공모해 1조원의 가치를 지닌 유어스 브랜드를 사장시키려 하고 있다.문인터내셔널의 브랜드니까 로열티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유어스를 갖고 가자는 게 상인들 주장이다. 점포마다 자기 브랜드를 갖고 가면 힘이 약해진다. 유어스라는 브랜드 네임 하에 상인들이 국내 및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다. 관(官)이 민(民)에 관여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현재 추세가 관에서 민으로 주체가 바뀌는 흐름인데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상인협동조합이 운영관리와 MD 구성 등 핵심 운영권을 갖고 서울시는 시설 관리 및 감독을 해야 한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해 왔다.”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할 경우 권리금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에서 운영하면 더 공정하지 않을까?
“5년간 장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은 상가를 죽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어스는 7년간 고전하다 최근 3년간 급격히 성장했다. 이전 7년은 디자이너클럽, aPM 등 강자 사이에서 살아남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오래된 원로급 매장들이 퇴점하고 젊은층이 들어오면서 급속도로 바뀌었다.

상가 운영의 최고 핵심은 MD 구성이다. 좋은 브랜드가 있어야 장사가 잘 될 것 아닌가. 그런데 5년간 수의계약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상인이 아니라 임대 장사하는 주인으로 마인드가 바뀐다. 임대료만큼 장사가 안되면 이들은 장사보다는 임대사업에 치중하게 된다. 전전대를 놓으면서 권리금을 받으면 상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1층에 여자 속옷을 팔건, 신발을 팔건 주인은 세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이러면 유어스 망가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유어스는 그 동안 이런 운영 및 관리 문제를 철저히 통제해 최고의 명문 상가로 발돋움했다.타 상가는 1층 들어가려면 수 천 만원의 뒷돈, 즉 도장값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는 옷으로 평가하고 까탈을 부리더라. 한번도 뒷돈을 낸 적 없고 권리금은 형성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관리회사는 때에 맞게 간판을 바꾸고 외국 바이어 유치 위해 쇼핑백을 디자인하고 상품권을 주는 프로모션을 적절히 시행한다. 관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나.”

▲서울시에 어떤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라나.
“지금처럼 유어스를 최고 브랜드로 상인이 주도하고 가꿔나갈 수 있도록 서울시가 대화와 타협에 나서달라. 더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하고 제품을 수출하는 게 애국 아닌가. 상인들 목소리를 단 한번이라도 들어달라. 상인들이 지난 10년간 힘들여 고생하고 노력한 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중국 유커들이 알고 찾아오는 최고 상가라는 자부심을 스스로 망가뜨리지 않게 해달라. 명도가 안 끝나면 재판까지 가게 된다. 이거 3년이 갈지 5년이 갈지 모른다. 그렇게 치명타 입고 피를 흘리면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인가. 수의계약에서 문제가 되는 강제 조항을 빼고 임대료를 더 내려달라. 서울시는 감정가 등 여러 가지 기준을 찾아보니 임대료를 이전보다 30% 가량 더 받아야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