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유어스’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이다
2017-09-05 정기창 기자
이번 호 한국섬유신문이 배포되는 5일이면 동대문 유어스 상가의 운영·관리권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시설관리공단은 최근 ‘9월2일부터 동대문주차장 지상상가(현 유어스상가)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합니다’라는 공고를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문인터내셔널로부터 소유권을 넘겨 받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아울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29일 후속 조치로 9월 9일까지 지명경쟁입찰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現 유어스 상가 입점을 위한 사전 단계로 입찰참가자 지명을 위한 희망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일정 심사를 거쳐 문제가 없을 경우 미리 신청한 사람들에게 자리가 비는 점포를 우선 배정한다는 뜻이다. 최고가 입찰자에게는 5년간 점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게 된다.반면 실질적으로 상가를 점유하고 있는 동대문유어스상인협동조합은 이 같은 서울시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박원순 서울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나서는 등 양측은 한치의 접점도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인조합 측은 ‘소통의 달인 박원순 시장님의 서울청(聽)은 ‘내귀에 캔디’ 인가!!’라는 호소문에서 “(박원순) 시장은 휘하 공무원들과의 칵테일 파티에서 달콤한 속삭임에만 취해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행정편의를 위해 다수 상인의 안녕과 행복권을 빼앗고 있다”는 내용으로 서울시를 비판했다.현 사태를 지난 수년간 지켜본 입장에서 이 같은 양측의 심각한 대립은 서로의 명분·실리와는 별개로 유어스라는 동대문 최고 상가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사태로 귀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유어스의 브랜드 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는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는 작년 12월 서울산업정책연구원 평가에 따른 것으로 유어스는 동대문 도매상권에서 가장 이상적인 쇼핑몰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다.특히 중국에서 유어스는 단지 “들어는 봤다”는 일반인들의 인지도를 훨씬 넘어서는 동대문 대표 쇼핑몰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하이, 광저우 등 거대 연안도시에서 청두, 충칭 같은 1선급 내륙 도시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 의류를 취급하는 현지 도매상인들 중 동대문 시장 유어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서울산업정책원구원이 평가해 보니,
2015년 매출 추정치 1조6300여억원
브랜드 가치 역시 1조원 육박
340여 상인들 힘으로 연 1조원 이상 수출
최고 성공 모델 ‘브랜드’ 살릴 방법 찾아야
서울산업정책연구원은 2015년 유어스 매출 추정치 1조6293억원의 59.3%인 9662억원 정도를 브랜드 가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2015년 매출 중 약 9600억원이 유어스 브랜드 인지도 및 호감도 효과에 의한 추가적 이익으로 평가한 것이다. 만약 유어스를 버리고 다른 이름을 사용할 경우 연간 6400억원의 매출 감소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사람들에 따라 다르지만 유어스 매출의 60~70%는 중국을 위주로 한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많게는 80%까지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리 적게 봐도 유어스의 연간 해외 수출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뜻이다.정부는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위축된 수출경기 회복과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년 1조원 규모를 목표로 하는 중견기업 육성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과거 ‘중견기업 300플러스 프로젝트’와 현재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가 핵심 정책이다. 월드클래스 300의 경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은 ▲연간 15억원, 최대 5년간 75억원 규모의 R&D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코트라(KOTRA)의 해외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외 무역관의 현지 네트워크와 전문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6개 시중 은행을 통해 금융 지원을 우대받는가 하면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돌아간다. ‘될성부른 떡잎’에 각종 혜택을 지원해 유망 국내 기업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유어스로 눈을 돌려 보자. 유어스는 지금껏 성장하는 과정에 이 같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혜택 없이 수백여 상인들의 힘만으로 월드클래스 300급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어스라는 브랜드 우산 아래 340여 상인이 힘을 합쳐 1조원 가치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런 가치를 그냥 사장 시키고 말 것인가. 지금 서울시와 문인터내셔널 및 유어스상인협동조합간 대립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을 달리 해 본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아예 유어스 브랜드 자체를 월드클래스 300 대상으로 선정해 해결의 물꼬를 트는 방법은 지나친 사고의 비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