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한류는 끝물, 한국 패션 방향은

2017-09-30     이영희 기자

“한국의 대표 명품브랜드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오면 어떤 제품을 사 가야 할까요?”
며칠 전 방콕에서 한국으로 비즈니스차 방문한 태국인 지인(한국이름 양우정)은 본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젊은 열기와 인디 문화를 대변하는 홍대주변을 산책하고 드라마에서 봤다던 치킨도 함께 먹으며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는 그녀가 문득 의류매장 앞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둘러보니 온 통 글로벌SPA에다 해외브랜드, 혹은 동대문에서 사입 구성한 의류점들이었다.

입이 붙어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그녀는 “한국산 운동화가 정말 품질이 좋아요” 라고 말한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뷰티 그리고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올 때마다 기대감으로 설레인다는 그녀 앞에서 왠지 민망함으로 반성을 하게 됐다.지난 상반기 글로벌패션포럼에서 중국비즈니스 전문 연사는 “한류가 거세지만 K패션은 기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을 대변하는 브랜드는 ‘이랜드’ 정도로 패션브랜드는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일침을 놓았다. 그나마 이랜드가 중국에서 전개, 인기몰이를 한 ‘티니위니’ 조차 중국기업의 소유가 됐다. 내수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가까운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요즘, 언젠간 끝물을 맞을 ‘한류’에 편승하기도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보다 체계적이고 현지 밀착형 마케팅과 제품차별화가 그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양우정은 또한 태국이 한국제품을 무척 선호하고 브랜드에 대해선 잘 알지못하고 있지만 드라마나 K팝의 영향으로 한국인처럼 입고, 먹고,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과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 자국에서도 감각적인 신진디자이너들의 창업이 늘고 정부가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주에 성료한 2017S/S 인디브랜드페어에는 156개의 독립브랜드 부스가 문을 열었다.

한류 거셀 때도 기류에 편승못한 K패션
“한국 좋아하나 아는 브랜드 없다”일침
亞국가들, 자국디자이너 육성 본격화
고감각·독창성 갖춘 신진에 韓미래걸려
단발성 지원, 전시행정 탈피가 급선무

매회를 거듭하면서 대한민국의 인디브랜드들의 수준과 기량이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특히 의류와 함께 패션잡화까지 다양하고 독특한 제품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에 비즈니스 사무실을 두고 이색적인 전시를 기획, 진행하고 있는 파보텔의 대표가 인디페어를 방문했다. 올해 런던과 상하이에서 아트와 패션이 어우러진 ‘파보텔’ 전시로 주목을 받은 그녀는 한국의 신진 박린준을 초대해 주목을 받게 했다.한국을 좋아해 명동에 머물며 쇼핑을 즐긴다는 그녀는 인디페어를 통해 많은 한국의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제품력에 반했다며 차기 전시에 초청을 하거나 바잉할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의 패션위크나 전시에 중국의 디자이너들이 협업할 기회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아직까지 원활하지는 않지만 기회는 있을 것”이라는 소극적 대답을 하면서 “매번 글로벌화를 부르짖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패션선진국이 아니다”라는 자괴감이 들었다.아직까지 중국은 한국의 패션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중국브랜드에 컨설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젠 ‘메이드 인 코리아’ 보다 ‘디자인드 바이 코리아’에 매력을 느끼는 추세이다. 대기업과 한국의 내셔널 브랜드들도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최근 중국 패션기업이나 유통들은 한국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혹은 쇼룸 비즈니스, 온라인 비즈니스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중국은 그 동안 수많은 유학생들을 패션선진국에 국비로 보내왔고 또한 현지에서 인턴십까지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을 맞았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이들에게 기업할 환경을 마련해 주고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20대는 물론이고 30대 중후반에 규모를 갖춘 패션회사와 온라인 유통을 성공적으로 가동하는 기업가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중국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선호하는 추이도 길게봐야 3~5년, 아니 더 짧을수도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에는 창의력 넘치고 실력을 갖춘 신진디자이너들과 인디브랜드가 많은 만큼 진정한 매니지먼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신진디자이너들의 손에 패션강국 코리아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