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하루 150t 가공 ‘폐원단 재활용 처리장’ 사업 무산 위기

서울 하루 폐원단 110~150t 발생…대부분 불법 매립 종로구 주도 사업 추진…서울시, 부지·재원 마련에 난색 토양환경 오염 막고 영세 봉제공장 소득 증대 효과 ‘찬물’

2017-10-14     정기창 기자
2018년 1월1일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대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폐원단 재활용 처리장’ 설치가 검토되고 있으나 적당한 부지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논의가 중단되고 있어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폐원단 재활용 처리장은 자투리 면과 화섬 등 분리 수거를 통한 재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형원료로 가공 후 에너지자원화 하는 새로운 친환경사업 모델이다.최근 종로구는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서 폐원단 재활용 처리장 설치를 건의했으나 서울시 측이 부지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서울 전역의 봉제공장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은 대부분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되고 있으나 2018년 1월부터는 이들 폐원단 처리를 위해 각 구청이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따로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가장 많은 폐원단이 배출되는 종로구는 토양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폐원단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봉제산업이 서울의 전통산업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폐원단 재활용 처리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국비(國)와 시비(市), 구비(區)로 구성되는 매칭 펀드를 만들어 일 150t 폐원단을 처리하는 가공 설비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하루 119.65t의 폐원단을 전량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적당한 부지가 없고 유가가 낮아 폐원단을 고형원료로 가공하는 처리장 설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서울시에 마땅한 부지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저유가 시대를 맞아 자투리 원단을 (작게 잘라) 재활용하는 가공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폐원단을 에너지원으로 가공해 재활용한다 해도 이걸 가져다 쓸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업계는 사업 부지는 서울시가 보유한 경기도 땅을 활용하고 수익성이 아닌 환경보호 차원으로 접근하는 적극적인 자세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봉제폐자재재활용 협동조합 황일 이사는 “폐원단은 재활용 가능 품목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활폐기물로 불법 매립·소각되고 있다”며 “저유가로 수익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환경 문제를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당장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자원순환기본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폐원단은 수도권매립지 반입이 금지돼 폐기물 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t당 3만6700원 수준의 폐기물 지정봉투를 사용하는 대신 각 구청은 kg당 150원의 원단 폐기물 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약 4배 정도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하루 23.8t의 폐원단이 배출되는 종로구는 연간 13억300만원의 처리비용을 대야 하는 처지가 된다. 반면 폐활용 처리장은 여러 이점을 갖고 있다. 토양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영세한 봉제공장의 비용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다. 한국봉제폐자재재활용 협동조합이 약 200여 곳 회원의 봉제공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각 공장은 규모에 따라 월 30~50만원, 많게는 120만원까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1억원에 못 미치는 서울 지역 수천 개 공장이 추가로 수백 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조합은 폐원단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지난 1년간 폐원단을 SRF(재생섬유 및 고형연료)로 가공하는 신공법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테스트 결과 품질 기준치인 kg당 6370kcal의 열량(품질 기준치 3650kcal /kg)이 발생해 합격점을 받았다.

종로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처리장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으로 어느 단계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문제”라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두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