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서울패션위크, 독창적 K패션 중흥기 열때다

2017-10-28     이영희 기자

이렇게 가상시나리오를 써 본다.

나는 미국인 빅 바이어 헬레나이다. 나는 지금 인천공항에 내려 서울행 리무진에 몸을 싣고 있다.세계적인 패션도시 서울로 그것도 ‘서울패션위크’기간에 방문한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동대문DDP로 가는 길목엔 서울패션위크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이나 옥탑의 홍보물이 보인다. 가로수에도 온통 서울패션위크를 안내하는 깃발이 날리고 택시마다 ‘웰컴 투 서울, 패션위크’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서울은 패션위크와 때를 같이해 패션과 전시, 문화공연 그리고 세일파스타 행사까지,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다.예전엔 항공료와 숙소를 제공받고 초청돼 왔었는데 서울패션위크가 세계적인 패션축제로 위상이 커지면서 이젠 사전에 등록을 해도 초대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또 서울패션위크 기간중 서울시내의 호텔은 수개월전 거의 예약이 차서 숙소구하기도 싶지 않았다. 다행히 평소 알고지내던 L기자 덕분에 소규모 부티크 호텔에 방을 하나 잡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서울패션위크 기간동안 관광, 문화 산업까지 벌어들이는 돈은 물론 경제적 가치에서부터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엄청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의 시선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지금 뉴욕은 물론이고 그 어느도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경제적 시너지가 부럽기도 하다.나는 서울패션위크 기간동안 한국의 하이앤드 패션의 진수를 보게 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미국인인 나조차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들의 독창성과 매력적인 컬렉션에 푹 빠질 준비가 돼 있다.

지난 해 한국 디자이너브랜드를 바잉한 성과가 좋아 나는 올해 승진대상이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서울패션위크와 때를 같이 해 확대 조성된 서울패션페어는 며칠동안 둘러봐도 지루하지않을 만큼 1000여 부스가 조성돼 있고 매일매일의 플로어쇼와 전시, 콜라보레이션한 문화행사들이 이어져 굳이 다른국가의 도시를 찾지않아도 바잉과 개인적인 쇼핑, 문화욕구 충족까지를 할 수 있다.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의 매력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쇼핑의 메카 동대문이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기간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행복할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내가 탄 리무진 버스의 차창으로 신비로운 위용의 DDP건물이 비쳐진다.

외형 100억원 이하 142개 브랜드 참가
질적수준향상, 내실강화 보단 축소느낌
‘그들만의 리그’라는 목소리 귀담아야
한국패션 진수알리기엔 다양성 부족
유통계부터 우리 패션 관심가져야

이렇게 가상시나리오를 써 본다.

2017S/S 헤라서울패션위크가 막을 내렸다.
서울컬렉션 41회,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 14회(26개 브랜드) 등 총 55회의 패션쇼가 열렸다. 이번 시즌에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모든 컬렉션이 생중계 됐으며 서울패션위크의 공식홈페이지와 유투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컬렉션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공해 현장에 오지 못해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파슨스 디자인스쿨 전학장인 사이먼 콜린스를 비롯, PR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멘토단 체제도 가동했다고 한다.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고 실질 홍보와 오더 수주를 위한 체계가 구축됐고 대한민국 패션을 알리는 견인역할을 했다는 자체 평가자료도 배포됐다.종전까지 지적된 몇가지의 문제점들이 분명하게 해결됐고 실력있는 신진들의 발굴과 성장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 혹은 “이불속 만세부르기”라는 허탈한 목소리도 들린다. 참가자격 제한으로 다수 중견, 기성디자이너들이 빠져있고 심사에서 탈락한 젊은 디자이너들 중에는 꽤 실력을 갖춘 이들도 있어 의구심을 갖게 한다. 회사규모가 문제가 된다면 해외컬렉션에서의 ‘샤넬’을 비롯한 글로벌브랜드의 수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불어 홈쇼핑에서 볼 수 있는 의상들을 컬렉션에 올리는 디자이너들에 비해 실력있는 이들이 탈락한 사례는 또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지. 서울패션위크가 K패션을 알리는 글로벌한 행사가 아니라 외형 100억원미만의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쇼, 혹은 B2B를 실현한다며 142개가 참가하고 350여명 바이어가 방문한데 의의를 두는 트레이드쇼로 만족할까봐 안타깝다.

이미 아시아의 트렌드 중심으로 부각한 한국. 가장 한국적이고 개성강한 패션위크로 독창성으로 중무장할 때만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멘토를 추종할 때가 아니라 독창적 ‘K패션’의 중흥기를 열어야 할때이다. 질적 수준을 높였고 내실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왠지 “그들만의 리그”라며 씁쓸해 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반복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