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먹는데 왜 패션 물고 늘어지나” 오뚜기 광고 파문

시청률 높은 프라임 타임대 방영…정치·사회적 불안에 옷판매 속앓이 극심 패션업계 ‘신중하지 못한 처사’ 비난 한국패션協 “상품 불매 운동도 불사”

2017-12-02     정기창 기자
국내 식품회사 오뚜기의 라면 광고를 두고 패션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20초 분량(방송은 30초 분량)의 이 광고는 약 4초 정도되는 시점에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입나, O짬뽕 사먹지”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한다. 업계는 이를 두고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같이 힘을 합쳐 상생하지는 못할망정 특정 산업을 물고 늘어지는 게 상도의에 맞는 행동이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재미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실제 의류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상품 불매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상황인데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라며 울분이 터진다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황에 허덕이던 패션업계는 11월 찾아온 반짝 추위를 반겼지만 대내외적 악재가 겹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타임 시간대 거의 모든 방송에 이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며 “광고가 자꾸 반복되니 세뇌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옷 가게에서 일한다는 한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하루 종일 출근해서 라디오를 듣는데 광고문구가 맘에 안 든다”며 “괜히 이거(광고) 나올 때마다 장사 안 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업계 반응이 냉랭해지자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는 오뚜기에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패션협회는 지난 1일 이 회사에 구두상으로 항의하고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회 차원에서 상품 불매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패션협회에 따르면 오뚜기 측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조사한 후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