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브랜드 힘 합쳐 ‘국산 소재’ 사용 늘리자”

섬수조, 섬유·패션기업간 교류회 개최 양 업계간 협업 시스템 구축 방안 추진

2017-12-23     정기창 기자

#박린준 디자이너는 지난 10월 서울패션위크 오프쇼에서 벨벳 스판저지를 소재로 한 컬렉션을 선보여 호평 받았다. 최근 여러 무대에 컬렉션을 선보이며 가능성 있는 신진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한정적으로 쓸 소량의 원단을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컬렉션을 앞두고 충남섬유가 벨벳 스판 원단 300야드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컬렉션을 통해 소재 용도폭을 확대하겠다는 박린준의 제안을 충남섬유가 받아들이면서 양쪽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컬렉션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 소재는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팔리며 꾸준히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린준은 “원단 업체가 스폰서십을 제공하고 디자이너는 훌륭한 컬렉션으로 이를 풀어내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영 NSB 대표는 “소재와 디자이너간 가장 이상적인 협업 성공 사례“로 꼽았다.

소재와 패션 업계는 치순(齒脣)의 관계처럼 밀접하지만 때로는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이이기도 하다. 생산 로트(production lot)가 정해져 있는 원단업체와 테스트용 소량 원단이 필요한 패션·디자이너 업체간 이해관계 상충은 지난 수십 년간 지적돼 온 미해결 과제다.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이사장 민은기)은 이 같은 업계 간극을 좁히고 국산 원단 사용 활성화를 위한 섬유·패션기업간 교류회를 지난 14일 섬유센터 17층에서 개최했다. <관련기사 12~13면 PDF참조>

‘성공적인 중국 섬유시장 진출을 위한 O2O 마케팅’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열띤 논의를 펼쳤다. 이날 양 업계는 해묵은 갈등을 풀어내며 상호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향후 발전적인 교류회로 변모하는 방향을 모색했다.패널로 참여한 추유미 ‘미유미’ 대표는 “홈쇼핑에 제품을 전개할 때는 원단을 써 달라는 곳이 많았는데 디자이너 브랜드로 활동할 때는 원단 수급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샘플감 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털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했다”고 언급했다.최윤영 NSB 대표는 “대만 업체들은 한국 원단이 좋지만 미니멈 수량 제한 때문에 쓰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대만 원단 업체들은 소량 오더도 받아 주기 때문에 이쪽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특히 최근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기능성 소재와 관련, 소규모 업체들은 재고 위험 때문에 값비싼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기 어려워 시장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기능성 원단을 쓸 경우 잘 되면 ‘대박’이지만 자칫 물건이 안 팔리면 망하는 ‘복불복’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이희조 서원DF 대표는 “소재와 패션, 양쪽간 온도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원단 업체들은 면·폴리 혼용 15%에서 50%까지 수십 종류의 소재를 내놓지만 정작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컬러를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원단 업체는 소재 비중에 중점을 두는 반면 디자이너들은 컬러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패션업체들이 소재업체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조희근 상무는 섬유센터에 설치한 ‘K텍스타일 쇼룸’ 활용을 당부했다. 조 상무는 “쇼룸에는 회원사 70곳의 원단 샘플이 비치돼 있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쳐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