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유예 ‘전안법’…업계, “섬유패션 亡한다” 격앙
전안법폐지모임 발족 서명운동 참가 폭발적
사실상 시행…헌법 소원 불사
2018-02-03 이영희 기자
수많은 영세업체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이 1년간 유예됐다고 하나 결국 법 자체는 시행된 가운데 인터넷상에는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전폐모)’이 발족되고 폐지 찬성 서명자가 하루에만 1만명을 상회하는 등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섬유패션산업 특성의 충분한 이해 없이 취지만 앞세우고 있다”면서 “산업근간의 존폐위기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구매대행 병행수입 업체 커뮤니티인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는 “전안법이 헌법을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이달 내 헌법 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는 구매대행 병행수입업자 4만6000여명을 회원으로 둔 단체이다. 이와 함께 개인 블로그에서는 전안법 폐지에 대한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전안법 시행이 1년간 유예됐지만 인증검사 자체가 유예된 것은 아니어서 만약 경쟁업체가 신고를 할 경우 원부자재 시험성적서가 없으면 불법으로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 즉 KC인증마크를 게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사 인증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영세업자들의 비용부담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의류를 기준으로 KC인증 비용은 최소 6만원에서 수십 만원까지 달하며 제품 모델, 생산별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특히 소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영세업체들의 부담이 크다. 위반을 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구매대행, 병행수입업자들은 상품을 직접 보지도 못하지만 인증을 받아야 한다. 반면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해외 쇼핑몰에 대해서는 전안법이 적용되지 않아 역차별은 물론이고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쇼핑업계는 “구매대행은 재고 확보를 하지 않는 서비스다 보니 인증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 및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법 시행이 임박한 지난달 26일 일부 핵심조항을 1년 추가 유예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인증마크를 게시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생활용품의 제조, 수입업자 관련서류(제품설명서, 시험결과서 등)의 보관의무도 올해 연말까지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법 자체는 시행된 것이어서 ‘눈속임’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관련업계는 “취지는 좋지만 소규모 업체들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인 만큼 전안법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