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백화점은 브랜드의 무덤인가

2018-02-17     나지현 기자

매년 백화점 상반기 MD 시즌을 앞두고 매장 철수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있다. 올해도 여성복 조닝에서만 상당수의 브랜드가 백화점 영업에 백기를 들었다.

법정관리를 졸업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수의 백화점에서 매장 철수 통보를 받거나 진입 장벽이 높은 캐릭터 조닝에서 1년여 만에 중단을 결정한 브랜드도 있다. 채널 변화라고 선언한 모 전문기업의 여성복 두 브랜드는 사실상 디자인실 인력 대부분이 퇴사한 상태다.

이 회사의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마다 매출의 3분의1 이상이 영업 순손실로 발생하면서 사실상 보유 브랜드 모두 전개를 중단하지 않겠냐는 우려 높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이렇듯 매년 신규는 전무하고 자의든 타의든 백화점 영업 중단을 결정하는 전문 업체들이 늘면서 자성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측도 뚜렷한 대안 없이 MD와 매출 공백을 어떻게 메꿀지 골머리라 관련 현황을 묻는 기자의 전화에 유독 뾰족하다. 최근 몇 년간 백화점이 과거에 비해 불공정한 거래 행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전문 업체에서의 신생 브랜드 출점이 줄자 체계가 허술하거나 시장성이 떨어지는 중저가 브랜드들까지 우후죽순 입점시켜 프리미엄 유통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부추겼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백화점 입점 및 매니저 수수료를 포함해 50프로에 육박하는 고정비를 감수하면서 오랫동안 거래해온 협력업체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상반기 MD에 철수를 대신해 입점시킨 브랜드 또한 배수구조가 취약한 브랜드가 대다수라 수익 보전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백화점과 갈수록 늘어가는 영업 중단 브랜드들 사이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백화점의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