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發 도매 마케팅 “중국서도 통했다”

광저우 유어스, 中춘절 맞아 ‘대박’ 점포 속출 ‘디자인·제품’ 완성도 높아 현지서 큰 호응

2018-03-03     정기창 기자

#동대문에서 도매를 하는 박상진(42·사진) 사장은 중국 광저우 유어스 1층 ‘세컨드 호텔(Second Hotel)’ 매장 오픈을 계기로 중국에 진출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장장 18시간 일하는 강행군을 작년 10월부터 5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상가는 저녁 7시에 문닫지만 영업이 끝난 후에는 서울 동대문 매장 디자인을 컨펌하고 생산 및 당일 결제 같은 사항들을 체크하면 그나마도 이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그는 “처음 동대문서 도매를 시작할 때만큼 힘들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중국 현지 고객들을 찾아 발로 뛰며 하는 영업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성취감을 준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 4층에 여성복 매장 ‘훌라 비비도(Hula Vivido)’를 운영하는 우수진(32·사진) 사장은 중국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패셔니스타가 눈에 띄면 뛰어가 웨이신(위챗) QR코드를 교환하고 친구를 만든다. 작년 10월 중국에 건너와 이런 방식으로 만든 고객 숫자는 웨이신 기준 2000여명에 이른다. 우 사장은 “이렇게 관계를 튼 바이어들 매출 의존도가 90%를 넘는다”며 “대부분 신상품은 웨이신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웨이신 마케팅에 주력해 중국 전역을 커버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중국 광저우 유어스는 한국형 도매 쇼핑몰을 표방하며 광저우 대표 도매 상권인 짠시루(站西路)에 작년 10월 오픈했다. 그 뒤로 약 5개월이 흘렀다. 텃새가 심한 전문 도매 시장에서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여기에 오픈 직후 사드(THAAD)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묘한 시점에 문을 열었으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매는 소매와 달리 소위 ‘오픈빨’을 타지 않는다. 하물며 장사의 기본인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인데. 계기는 춘절 직후 다가왔다.

■ 춘절에 빛을 보다
이곳 상인들에 따르면 광저우 유어스는 춘절이 끝난 직후 대박이 났다고 한다. 실제 이 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아직 서울 동대문 매장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춘절 직후 주문량이 이전과 비교해 몇 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직접 확인한 결과 적게는 3~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오른 매장도 있었다. 이전에 4~5장씩 주문하던 바이어들이 춘절 이후에는 한번에 40~50장, 많게는 수 천장씩 구매하며 재고를 싹쓸이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매장은 건너편 짠첸루(站长路, 광저우 기차역을 중심으로 역전 앞은 쩐첸루, 여기서 길 건너 서쪽편은 짠시루) 최고 상가로 꼽히는 바이마(白馬), 홍미엔(紅綿)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광저우 유어스 김승훈 운영본부장은 “중국 도매 시장은 최소 1~2년이 지나야 안정되는데 유어스는 5개월만에 성과를 올려 주변 상가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보통 명절 전에 대목이 오지만 중국은 명절 끝난 직후가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휴가가 길고 귀성 시간이 많이 걸려 이 때는 도매 물건들을 실어다 줄 물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춘절이 끝나고 신상품을 찾던 바이어들이 그 동안 입소문으로 듣던 광저우 유어스로 발길을 돌리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빛을 본 것이다. 박상진 사장은 “광저우 유어스가 알음알음 알려지다 춘절 이후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중국 소비자들 수요를 자극하는 한국적 오리지널리티가 제대로 먹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식 도매, 디테일에 강했다.
광저우 유어스는 상가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가 서울 동대문의 그것과 똑 닮았다. 직사각 형태 건물 전면과 입구에는 동그랗고 강렬한 붉은색 유어스(U:US) 로고와 이미지 간판을 설치했고 옆면에는 쇼윈도를 만들었다. 외벽도 당초 조립식 판넬을 붙이려고 했으나 동대문 유어스와 이미지 통일을 위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훨씬 값이 더 나가는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바리솔 조명(스트레치 씰링시스템, 형광등 빛을 은은하게 해 눈의 피로를 줄여주고 고급스러운 마감재 효과를 주는 조명 기법)을 설치해 한국에서와 같은 느낌을 주는데 주력했다.

김승훈 운영본부장은 “반복적이고 일관된 이미지 노출을 통해 한국 동대문 유어스처럼 광저우 유어스도 최고의 상가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앞선 감각의 제품 코디와 디스플레이, 인테리어 기법도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한국 상인들의 소프트 파워 중 하나다. 김 본부장은 “같은 상품을 진열해도 컬러와 스타일이 맞는 의류를 코디해 보여주고 이 상품들이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인테리어 기법은 한국 도매 시스템과 상인들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상해·심천 등 국제패션페어 공략
광저우 유어스는 현재 7~8층에 쇼룸 비즈니스용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더 베이스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자금력과 맨파워가 갖춰진 상인을 선별해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제품 판매와 더불어 바이어와 오더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매장 크기를 일반 점포보다 크게 늘려 잡았다.

김승훈 본부장은 “쇼룸 비즈니스 팀을 꾸려 상해와 심천 등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시회에 참가해 상인들과 빅바이어들간 연결 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관 같은 형식으로 단체 부스를 만들어 여기에 참가하는 상인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만 해도 유어스는 347명 상인보다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어떤 대기업 브랜드도 이만한 디자이너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다. 이들이 시즌마다 만들어내는 수천 가지 디자인이 우리가 가진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생산만으로는 대규모 오더를 수주할 수 없어 중국내 생산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광저우 유어스는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오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 구축을 올해 중점 사업목표로 잡았다.

■ 남궁식 제곱(X2) 사장

모바일 ‘주문·배송·결재’ 원스톱 서비스
“중국은 디자인·제품 완성도 한국 못미쳐”

제곱은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웨이신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매장 중 하나로 꼽힌다. 남궁식 사장은 2016년 1월부터 베이징, 상하이, 칭따오 등 중국 전역을 둘러보다 광저우 유어스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 매장에 깔린 옷들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다. 그는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도 한국 생산을 고집하겠다고 했다.

-웨이신 관리는 어떻게 하나.
“한국에 있을 때부터 중국 바이어 마케팅에 활용하다 광저우 유어스 매장을 내면서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끼(일종의 주문서를 뜻하는 동대문 은어)와 컴퓨터에 QR 코드를 붙여 놓고 단골고객으로 유도했다. 중국 매장도 마찬가지다. 광저우에 매장을 내고 지금까지 웨이신 친구는 6000명을 넘었다. 매일 30장씩 신상품 사진을 웨이신 주목도가 높은 시간에 노출시킨다. 오후 2~4시, 저녁 6~7시 등 사람들이 웨이신을 많이 보는 시간대를 노려야 효과가 좋다. 도소매 고객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 요청이 와도 반드시 사흘 후에 수락·거절한다. 소매가 들어오면 가격과 디자인 정보가 유출되기 때문이다.

-직접 중국에 와보니 무엇이 다른가
“중국 소비자들은 소비성향이 강하고 제품 수요도 매우 다양하다. 시장이 커 한가지 아이템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고 시즌이 지난 제품도 성공할 수 있을 만큼 다양성이 보장된 곳이다. 어딜 가든 신뢰와 친절은 장사의 기본이다. 중국 (도매) 상인들은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장이 직접 와서 제품을 확인한다. 거래가 트이면 신뢰를 바탕으로 웨이신을 통해 물건 발주와 배송, 결재 등 모든 것이 이뤄진다. 우리는 이유를 불문하고 철저하게 100% 환불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소한 문제로 큰 고객을 잃을 수 있다.”

-물량이 커지면 중국 생산이 필요할 텐데. 계속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한다고 들었다.
“데님, 티셔츠, 자켓 등 메인 아이템은 물량이 아무리 늘어나도 한국서 생산을 커버할 수 있다. 중국은 상품측면에서 한국의 90%, 원가는 60~70% 수준에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디자인 감각이나 제품 완성도에서 한국 제품에 못 미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