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패션은 판타지가 존재하는 소비재다

2018-03-17     나지현 기자

사드사태로 중국정부의 한국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조치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는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대선 플레이에 돌입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많아지면서 소비심리 지수를 나타내는 CSI가 정상수치 100포인트 하회가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 용어 중 하나인 ‘립스틱 효과’를 회자하기도 한다. 경제적 불황기에 나타나는 여성들의 특이한 소비패턴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호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가격이 싼 작은 사치품 정도는 사도 괜찮다라는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발상에서 등장한 표현이다. 패션은 모든 세상사와 관련돼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또한 분명 판타지가 존재하는 소비재다. 경제적 상황의 영향도 받지만 그보다 심리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궁핍한 와중에도 얇아진 지갑으로 어떻게든 멋을 부리는 이들은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현실 도피처로 화려한 패션을 추구한다고 했던가. 올 봄 세계적 컬렉션에서 보여진 메가 트렌드는 어둡고 암울한 경제적 상황에 반기를 들 듯 그 어느 때 보다도 화려한 패션이 대세를 이루며 여심을 자극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형형색색의 플라워 프린트가 거리를 뒤덮고 과장된 프릴 디테일과 변형 디자인으로 실용적인 베이직물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장식성이 가득한 의상과 어마어마한 높이의 플랫폼 샌들이 트렌드 전면에 올랐고 마이크로 미니부터 맥시까지 정신없이 오가며 다양하게 변주된 스커트의 향연도 만끽할 수 있다. 소비자들을 공략할 틈새와 구매 욕망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많은 손익과 최대의 효율 지표를 기록한 여성복들도 상당수 배출됐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다. 이들을 교과서 삼아 희망적인 전략에 집중하는 역발상을 발휘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