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美國 투자 ‘삼일방’ 혜안이다

2018-03-24     김임순 기자

삼일방의 미국 면방기업 인수는 우리업계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면방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했다. 베트남 내에는 직접 투자한 현지법인 일신방직을 비롯한 경방, 동일방직, 방림, 에스지충방, 국일방적 등 6개 기업의 방적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보호무역을 앞세워 TPP가입 철회를 선언했다. 한미 FTA 등 기존의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자체를 반대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다각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경제의 성장세와 수요 확대에 대비해 우리기업들은 이제 미국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하기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면방기업은 원료인 목화를 미국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초의 근대산업이며, 섬유제조의 기초산업으로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경제발전의 견인차역할과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성장 발전했다. 면방산업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후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성장과 임금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되어 생산설비가 축소돼 왔다. 일부기업은 나름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제품 생산과 판매를 증대, 설비자동화를 통한 생산성향상으로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지난 1983년 설립된 삼일방직은 꾸준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90년 1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80수, 200수 면사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국내 최초 레이온 워셔블 원단을 개발해 또 하나의 섬유역사를 만들었으며, 오랜 생산 노하우와 고품질 제품 경쟁력, 탄탄한 고객 망을 갖춘 삼일방직은 누구보다 앞서 렌징 모달과 제휴하며 방적분야 새로운 설비로 레이온분야 월드클래스 300 선정 등 세계적 수준의 원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韓면방 베트남 진출 경쟁속
美 트럼프행정부 노골적 자국산업 보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치열한 인수경쟁에 100억 이상 투자
향후 美 행보 초미의 관심사

삼일방직은 이제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무산 됐기 때문에 업계가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진다. 인수를 도운 KOTRA 관계자는 “삼일방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미국이나 베트남에 생산거점 마련을 검토했다”며 “TPP가 무산되고 보호무역이 본격화하자 미국 기업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베트남산 섬유·의류 제품에 17.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TPP 발효 시 관세가 대폭 낮아질 것을 기대했다. 우리 섬유·의류 기업들도 베트남 투자를 늘렸다. TPP 무산은 유럽연합(EU) 등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있지만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실을 사용한 의류에만 고율 관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번에 삼일방이 인수한 뷸러퀄리티얀스는 205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의 방적기업 헤르만 뷸러가 1996년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다. 2015년 연 매출은 약 302억 원이었다. KOTRA 관계자는 “최근 스위스 본사가 방적 분야를 정리하고 리조트 개발을 시작하면서 미국 자회사를 팔기로 했고 삼일방이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미국 유력 기업도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으나 삼일방과 KOTRA의 콤비조합이 컸다. 자세한 사항은 계약상 비밀에 부쳐졌지만 현지 방적업계에 따르면 인수가액은 1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일방의 연 매출은 930억 원이다. 앞으로 삼일방은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해외 다른 시장도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삼일방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DR)을 활용해 미국은 물론 중남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 미국 원사를 사용해 CAFTA-DR 회원국에서 생산한 의류는 미국에서 만든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삼일방은 관세 제약 없이 미국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실을 사용한 의류에만 32%의 고 관세를 면제해준다.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와 맞물려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삼일방직 행보에 업계 시선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