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약속 지켜라”…서부권 봉제공장 집단반발

‘서북권봉제지원센터’ 건립 무산 위기에 단체행동 돌입

2018-03-24     정기창 기자
용산 마포 등 서부지역 봉제공장들은 서울시가 서울고가 공원화로 경영난을 맞은 봉제공장 지원 약속을 어겼다며 집단 반발에 들어갔다. 용산구 서계동, 청파동 등 이 일대 봉제공장 수십 곳은 지난 18일 서울시를 비난하는 현수막 60여개를 제작해 대로변 길거리와 공장벽면에 붙이고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이 속한 한국봉제패션협회와 청파봉제소공인협동조합 등 용산구 봉제산업 협의체 2곳은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회 신고를 하고 실력 행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들 협의체는 서울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붕괴지경까지 이른 서부지역 봉제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가 지어주기로 했던 ‘서북권 봉제지원센터(가칭)’ 사업이 무산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봉제패션협회 이상태 회장은 “서울시는 마포구 효창동 인근에 부지를 마련하고 센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이는 실제 피해를 입은 용산구 서계동 청파동 봉제공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위치”라며 “이마저도 주민 반발로 사업이 무산돼 (지원하겠다는) 말만 무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당초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이미 센터 건립이 끝나야 하는데 아직 부지조차 결정되지 않아 이제는 지원 의지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서부권 봉제지역은 서울고가 공원화 사업 결정 이후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주 고객인 동대문 디자이너와 상인들이 발길을 끊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수십개 공장은 임대료가 비싼 인근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문 닫은 곳도 부지기수다. 그러자 서울시는 쇼룸과 교육장, 쉼터로 구성된 봉제지원센터 건립을 약속했고 마포구에서 공영주차장 부지를 내 놓아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확정 부지 인근 주민들이 낙후된 산업 시설이 들어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민원을 제기해 센터 건립을 포기하고 대체 건물을 찾는 중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가장 피해가 큰 서계동과 청파동, 만리동 봉제공장들이 더 이상 공장 운영이 어렵다며 일제히 반발한 것이다. 용산구 봉제협의체 2곳은 이 참에 아예 센터를 서계동에 세워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봉제지원센터는 서울고가를 찾는 시민들과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서계동에 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곳에 지어질 경우 서계동과 청파동 등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도심 속 ‘외딴섬’으로 남아 센터 건립 효과가 반감된다는 뜻이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이 곳이 아닌 타 지역에 들어설 경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상태 회장은 “공원화 계획 이후 서울시가 여러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일대 봉제공장 업주들이 많이 격앙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