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紡, 美 면방적社 전격인수

베트남 TPP 협정 무산 따라 美투자 급선회 레이온 방적사 ‘세계一流기업’ 면모 발휘 美현지·중남미 면사 판매 활기 기대

2018-03-24     김임순 기자
삼일방직(대표 노희찬)이 미국 방적업체 뷸러 퀼리티 얀스(Buhler Quality Yarns)를 전격 인수, 업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모달 텐셀 등 원사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 삼일방직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부분 면방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후발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삼일방직의 이번 미국 기업 인수는 날로 민감해지는 국제 통상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롤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생산기지 유치라는 정책적 기조를 감안하면 삼일방직은 현지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일방직은 미국 현지 코트라(KOTRA) 등과 협력하면서 고급 면사를 생산하는 미국 회사 뷸러 퀄리티 얀스(Buhler Quality Yarns) 지분을 100%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20일(현지시간) 맺었다. 삼일방은 당초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생산 거점으로 미국과 베트남을 놓고 고민해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포기를 선언하자 미국 현지진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실을 사용한 의류에 대해서 32%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 공장은 얀포워드 협정에 따라 미국산 면사를 원료로 의류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를 감안해도 미국에서 직접 면사를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노희찬 삼일방 회장은 “갈수록 무역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선진국 시장에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어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삼일방직은 면방적 기업으로 설립해 지난 1992년부터 펄프를 소재로 한 고강력 레이온 원사 생산 기술을 개발, 현재 이 부문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고강도·고탄성을 지닌 수퍼섬유와 고부가가치 원사를 생산하는 삼일방직은 지난해 총 매출 930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뷸러 퀄리티 얀스는 205년 역사를 가진 스위스 회사 허만 뷸러의 미국 자회사로 고급 면사를 생산한다. 2015년 기준 매출은 302억 원. 코트라는 이번 인수 과정에서 주간사로 나서 협상을 진행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국 대형 기업이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를 제쳤다”면서 “미국이 맺은 중미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해 중미 시장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