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용산 전쟁기념관에서는 지난 3월 31일과 4월1일 양일간 김철웅, 설영희, 아브라함 케이 한글, 이신우, 김덕화, 김규식 등 6개 디자이너브랜드가 연합 오프쇼를 개최했다. 패션계의 전설인 이신우 디자이너는 CINU와 CINU 옴므로 후배 디자이너 윤종규와 함께 오랜 공백을 깨고 패션쇼를 개최해 깊은 찬사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중견디자이너들의 내공과 신진의 탄탄한 기본기가 서로 돋보이는 시너지를 창출한 이번 전쟁기념관에서의 오프쇼는 비단 서울컬렉션 참가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한국패션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성과 우수성을 입증했다. 독창적이고 과감한 런웨이를 선사한 김규식 디자이너의 QUCHIC과 모던한 웨어러블 의상을 제안한 김덕화의 ‘모니카앤모블린’ 런웨이를 소개한다.
■ QUCHIC 디자이너 김규식
평범한 스트릿패션은 가라! 진정한 K런웨이 제시
전위적 아방가르드룩을 선보였던 김규식 디자이너는 ‘Break rather than bend’를 테마로 자신만의 패션세계를 표출하고자 했다. 구부러지느니 부러지겠다는 의미의 이번 테마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녹록치않은 한국패션의 현실과 글로벌디자이너로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QUCHIC의 로고와 새로운 문양을 어필하는데 집중했으며 블랙의 점프슈트에서부터 드레스와 원피스, 볼륨있는 자켓과 코트 류 등 다이나믹하고 독특한 스트리트 웨어들을 제안했다.
블랙을 주종으로 고급스런 벨벳느낌에 해골, 부엉이, 새의 발톱, 붉은 장미 등을 자수 혹은 포인트로 강조했다. 지퍼를 적극 활용해 스타일을 해체하는 느낌과 혹은 실루엣을 연결하기도 했다. 어색하지 않게 활동성을 부여한 과하지 않은 실루엣은 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박진감있는 런웨이를 연출했으며 신비로운 분위기의 메이크업과 전사를 상징하는 듯한 깃털의 머리장식으로 환타지를 불어넣었다.
미리 준비했던 30여벌의 의상을 뒤엎고 원단 사입에서부터 재단까지 다시 준비하는 등의 열정은 대중은 물론이고 디자이너로서 자신에게 정직하겠다는 의지였다고 보여진다.
■ ‘모니카앤모블린’ 디자이너 김덕화
기본기 탄탄한 ‘웨어러블 의상’ 호평
기본기가 탄탄한 ‘대중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가 등장했다. “클래식음악에는 가사가 없는 것처럼 타임리스, 에이지리스 패션을 추구하는 제게는 프린트나 자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니카앤모블린의 김덕화디자이너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10여년간 클래식기타를 연주한 경력이 있다. 어머니가 운영했던 모니카의 발전을 위해 패션유학을 다녀온 뒤 신, 구 세대를 잇는 ‘모니카앤모블린’을 런칭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술적이기 보다 대중적인 디자인을 지향하는 모니카앤모블린의 이번컬렉션은 그 흔한 프린트가 한 조각도 없다. “가사가 없는 클래식음악처럼 되도록 의상에 프린팅이나 자수등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한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C코드에서의 즉흥 변주’이다. 음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C코드처럼 베이직한 셔츠, 팬츠 등의 아이템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모던한 클래식룩을 연출했다. 김덕화디자이너는 인트로 음악 쇼 주제에 맞게 대중에게 알려진 스팅의 ‘Shape of my heart’의 클래식 버전으로 했다.
형태변형의 요소로는 지퍼를 주로 사용했는데 좌우 길이가 다르게 드레이핑을 만든 티셔츠나 지퍼의 형태감을 이용해 만든 셔츠 슬리브, 팬츠, 스커트 등이 각인됐다. 김덕화디자이너는 기계공학도 답게 옷에서 가장 테크니컬한 부자재인 지퍼를 적절하고 기발하게 활용한 듯하다. 대중의 패션욕구를 이해하고 모던하고 웨어러블한 ‘착실한’ 디자인에 충실한 ‘모니카앤모블린’의 다음시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