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정치적 이견대립과 혐한류, 패션으로 허물다
2018-04-21 이영희 기자
2017F/W 광저우패션위크의 마지막 밤인 지난 4월 13일. 폐막식을 겸한 중요한 엔딩 무대로 한국의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준비돼 있었다. 광저우 GT랜드의 6층 500여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다툼이 일어날 만큼 중국정부와 패션계 종사자, VIP가 참석해 폐막식을 장식할 이상봉 패션쇼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불이 꺼지고 초대형 멀티스크린에서는 이상봉 측이 준비한 패션쇼의 테마를 알리는 영상이 방영됐다. 그것은 바로 2018년 2월9일부터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장중하고 다이나믹한 주제음악이 울려퍼지면서 아름다운 평창의 겨울과 스피드 스케이팅, 스키 점프 등 장면 속에 환호하는 관중의 물결, 올림픽 깃발과 태극기가 스쳐갔다. 당초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갈등과 경제보복 기류로 인해 한국디자이너들이 행사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를 우려했던 가운데 이상봉 패션쇼 초입의 영상은 긴장감마저 불러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한국의 색동을 연상케하는 빨강과 파랑, 노랑 등의 원색과 경기복에서 모티브를 따 디자인한 의상들이 런웨이를 장식했다. 세계적인 트렌드와 부합하는 한국적인 색상과 실루엣, 컨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전략적 모티브 등 의상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상봉의 트레이드 마크를 재차 각인시켰다. 여기에다 눈을 맞은 듯한 하얀눈썹, 스키마스크를 한 모델들의 메이크업과 연출부터 스타킹, 슈즈 등 발끝까지 완벽을 기한 패션쇼는 참석자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중국 패션피플들은 쉴 새 없이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을 했고 잠시 한눈 팔 틈도 없이 신명나는 한판 승부의 경기 같은 패션쇼의 피날레가 다가왔다.무대인사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의 의상은 더욱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나된 열정’ ‘PASSION CONNECTED’ ‘융위일체적열정(融蔿一體的熱情)’이라고 프린트된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정중한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물론 큰 박수갈채와 함께 패션쇼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공동의 관심사인 스포츠, 또 한국과 중국이 서로 닮아있는 열정의 빨강색, 그리고 열정으로 하나 될 수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는 일순간 모든 분란을 종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불러오게 했다.
‘융위일체적열정(融蔿一體的熱情)’
하나된 열정, 평창올림픽 테마로
이상봉 디자이너 광저우패션쇼 성황
이념, 갈등 떠나 패션으로 축제연출
한명의 디자이너가 국격을 높이다
패션은 스토리이고 또 애국이다. 경기가 불투명할 때마다 ‘패션=사치’라는 애매한 몰매를 맞기도 했지만 한 명의 디자이너가 국격을 높이는 외교사절역할을 충분히 해 낼수 있음을 여실히 입증했다. 패션강국이 곧 진정한 문화, 경제대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