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월급 209만원(주 40시간 기준) - 섬유·패션 “직원 절반 줄이고 공장 문 닫을 판”
정규직 급여에도 영향…복지 혜택 줄고 일자리마저 감소
“일용직 ‘아르바이트’와 정규직간 임금차 적어 추가 인상 큰 부담으로”
2018-07-07 정기창 기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섬유패션업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화될 경우 실질적인 추가 임금 부담과 별도로 기존 정규직원들의 월급인상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인력 채용을 줄이는 곳도 나타났다.
전국에 약 15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A기업은 들고 나는 인력을 합쳐 매년 대략 1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사원은 표준근로시간 8시간에 연장 근무 2시간을 합쳐 약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주 5일 근무할 경우 주당 근로시간은 50시간에 이른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은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주 40시간 기준 월 209만원이 된다. 따라서 이 기업은 단순 계산해도 최소한 25% 이상의 추가 임금 부담을 지게 된다. 통상 근로 시간을 벗어난 시간외 수당은 감안하지 않아도 그렇다.
이 회사 점주는 “명동 같이 약 10여명을 고용하는 대형 대리점은 본사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사측은 “매장직 뿐만 아니라 본사 근무 신입사원 연봉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추가 인상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 경우 급여를 올리는 대신 직원 복지 수준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B사는 벌써부터 인력 감축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생산 라인에 3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급으로 계산해 월급을 받는다. 이 회사 대표는 “시간당 임금이 1만원이 되면 2~3년 내 우리 같은 공장은 대부분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른다”며 “현재 인원의 40~50%까지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16년 상장기업 결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패션기업 평균 연봉은 대략 3500~5000만원대에 분포하고 있다. 신입사원 연봉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상장사보다 처우가 낮은 대다수 비상장 패션기업 사정을 감안하면 소위 일용직 ‘아르바이트’와 신입사원 급여 갭이 급격히 줄어 정규직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봉제업계 사정은 이보다 심각하다. 단기 교육을 마치고 작업보조 능력이 있는 초임자 임금은 120~150만원 선인데 이들은 보통 하루 10시간 안팎을 일한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에 초과근무 수당까지 지급하려면 공임이 현재보다 최소 2배 이상 올라야 하지만 업계 형편상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봉제패션협회 이상태 회장은 “봉제공장은 월급 150만원도 부담돼 사람을 안 들이려고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제도”라고 항변했다. 최근 들어 국내 봉제산업 부활을 위해 중앙정부와 각 시·구 등 지자체들이 각종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는 순간 모든 지원이 공염불이 된다는 뜻이다.
일용직 채용이 많은 동대문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곳 패션상가는 성과급과 시간당 임금이 혼재돼 있는데 초보는 대부분 월 130~150만원을 받는다. 봉제공장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 곳 점포들은 아예 대책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 패션상가 관계자는 “점포주들이 아예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눈 감고 지내고 있어 공감대조차 형성되고 않는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섬유패션 기업의 임금 수준이 타 산업과 격차가 있어 우선 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업종 사정에 맞게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2018년도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업종별 차등지급안은 표결 끝에 과반 반대로 부결됐다. 인상폭은 10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