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F/W ‘구찌(Gucci)’ 밀라노컬렉션 - “상상초월의 파격적 무대” 경계를 무너뜨리다
새로운 개성과 정체성 창조 ‘디자이너 작업’의 경외심 일깨워
2019-03-05 이영희 기자
수술실 컨셉의 런웨이, 자신과 닮은 머리 모형 혹은 맹독사를 손에 든 모델이 등장하는 2018년 F/W 구찌(Gucci)컬렉션은 상상을 초월한 파격적인 무대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접근이 쉽지않은 희소성이 명품의 가치를 정한다”는 구찌의 철학처럼 지난 2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18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만의 기발한 머릿속 패션코드가 터져나왔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는 지난 2015 F/W컬렉션 발표이후 혁신적이고 남다른 차별성을 추구하는 젊은 패셔니스타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런웨이 역시 오랜 역사만큼 터부시해 온 상상이상의 모든 것들을 실험적으로 제시, 위용을 입증했다.
수술실 컨셉의 런웨이를 통해 소재와 재료들을 재구성해 새로운 개성과 정체성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의 작업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미국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D.J.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에서 착안해 성별과 문화 등 다양한 범주의 경계를 깨뜨리는 사이보그를 미래의 이상적 인간으로 해석했다고 발표했다.
즉 구찌의 사이보그는 자연과 문화, 남성성과 여성성, 평범함과 이질성, 정신과 물질을 한데 모으는 역설적 생명체이자 모든 범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포스트 휴먼(Post-human)’으로 생물학적으로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지만 문화적으로는 인지 가능한 존재라는 것.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담론에서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으며 어떤 생물학적 혹은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롭게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색다른 사고방식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최근 20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구찌는 미켈레를 “구찌의 헤리티지를 알면서도 제품이 아닌 감정을 전달해 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평가하고 있다. 2016년 21% 성장에 이어 2017년 전년비 44.6%의 성장으로 62억유로(8조2300억원) 외형의 위력을 과시하는 구찌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