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지상전 (中) - “한국 디자이너만의 순수 DNA로 독창적 패션세계 열었다”

2019-03-30     패션부

■MUNSOO KWON, 테일러링과 어우러진 스포티즘
문수권은 멋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동시대적 ‘한량’의 매력을 이번 컬렉션에 표현하고자 했다. 권문수 디자이너 특유의 젊은 감각의 테일러링에 아웃도어와 스포츠 자켓, 파카 등 아이템을 절묘하게 매치시켜 신선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한량의 이미지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로 대상을 정해 핫플레이스에서 그들만의 풍류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30벌의 착장을 준비했다. 3M 반사 원단과 프린트를 사용한 아웃도어 스타일 점퍼, 트랙 수트, 안팎을 에코 양털로 덮은 코트, 볼륨감 넘치는 쉘 점퍼, 봄버와 데님 자켓 등 이 문수권 특유의 테일러드한 의상들과 매치돼 런웨이를 누볐다.

트윌소재 와이드 팬츠와 한량무의 도포에서 영감을 얻은 샤이니한 광택의 다즐 소재 셔츠 등 신선한 믹스매치가 더해져 스트리트 무드와 전통미학, 테일러링, 스포티즘이 각각 혹은 버무려져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MOOYUL, 정돈된 듯 힘을 뺀 느낌…차기시즌 기대
매 시즌 다이나믹한 런웨이로 주목받아온 최무열 디자이너의 ‘무율’.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인지 이번 컬렉션은 다소 힘을 아낀 듯한 아쉬운 느낌을 줬다. 정제되지 않고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무율은 보다 세련되고 정리된 의상들을 무대에 올렸다.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오프닝 무대 연출로 초반 기대를 집중시켰으나 의상과의 연관성은 부족해 보였다. 블랙의상들과 아웃도어적 요소들의 매치는 스타일리시한 어번 스트리트 캐주얼의 멋을 선사했지만 다음시즌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읽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무율의 저력과 아이덴티티, 표현력을 알기에 2018F/W컬렉션은 마치 시즌2를 예고하는 기대감을 남긴 것으로 위안을 받고 싶다.

■HAN CHUL LEE, 탄탄한 기본기·집중력 과시
지난 시즌 ‘베스트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한철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평일 10시 패션쇼에도 불구하고 패션인과 바이어들의 출석률이 높은 편이었다. 이한철은 국내외 프레스와 해외바이어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번 시즌 대형무대에서의 오프닝은 준비과정에서부터 큰 부담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집어 정돈되고 군더더기 없는 엑기스를 보여준 쇼 였고 그 만의 미학적인 쿠튀르 실루엣이 집중 제안됐는데 입체적이며 대칭과 비대칭을 절묘하게 풀어내고 아방가르드한 요소를 모던하고 엣지있게 표현했다. 서울컬렉션에서 실력있는 신예 남성복디자이너 탄생을 예고하는 패션쇼였다. 욕심을 낸 다면 의상의 본질에 충실한 만큼 패션쇼가 주는 재미적 요소와 은유적 표현 등 좀더 드라마틱한 요소도 더해졌으면 한다.

■BEYOND CLOSET, 비정형이 주는 아름다움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은 ‘뷰티풀 비 피플(Beautiful B People)’을 테마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주제는 개인의 개성을 가리는 정형화된 이미지의 유니폼에서 벗어나, 비정형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표현됐다.

이번시즌에는 키치한 컬러와 실키한 소재, 유니크한 아가일 패턴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핑크와 바이올렛, 옐로우 등의 포인트 컬러는 위트 있는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남성복에 쉽게 사용되지 않는 실키한 소재로 제작된 셔츠와, 비욘드 클로젯이 직접 개발한 아가일 패턴이 핵심. 새롭게 선보인 아가일 패턴은 트위드 소재나 체크 패턴과 함께 결합되며 비정형화된 형태가 가진 매력을 잘 표현해냈다.

■CHARM’S x KAPPA, 두번째 콜라보 주목
참스는 스포츠 브랜드 카파코리아(대표 민복기)와 협업한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 지난 시즌에 이은 두 번째 협업으로, ‘SPEED’를 주제로 참스와 카파의 첫 만남에서 보여진 레트로 스포티룩에서 더 나아가 색 조합이 더욱 화려한 아이템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참스 강요한 디자이너는 특유의 유니크한 디자인 감각으로 최근 패션계 화두인 스포티하면서도 스트릿한 컬렉션을 완성해 이날 패션쇼에 초대된 참석자들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다. 특히 레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며 1020대 패션피플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카파 사이드라인을 오브제로 두 브랜드의 시그니처한 로고를 활용해 카파 특유의 90년대 레트로 무드를 강조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LIE, ‘북극’ 환경이슈를 아티스틱 감성 재해석
‘LIE’의 패션쇼는 스토리와 어우러진 로맨틱하고 러블리한 색감과 디테일, 소재와 스타일의 믹스매치로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 ‘이청청’의 진면복을 보여줬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It’s not justICE’를 주제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북극을 소재로 한 컬렉션을 무대에 올렸다. 아름다운 북극의 빙산들과 푸른 하늘, 그리고 대조적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 쓰러져가는 북극곰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아티스트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북극의 이누이트 족 전통의상에서 보여지는 실루엣, 커팅, 텍스처가 현대적으로 탈바꿈, 다양하게 표현됐다. 북극의 오로라에서 볼 수 있는 네온컬러를 포인트로 퍼플과 블루를 조합하고 울, 코튼, 퍼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매치했다.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이슈몰이와 함께 그가 지향하는 사랑스럽고 당당한 여성성을 표현하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패션쇼였다.

■YCH, 기대 부응하는 거듭된 진화
윤춘호 디자이너의 ‘YCH’ 패션쇼장은 항상 만석이고 관람석 조차 ‘공기’가 다르다. 로맨틱하고 자신만만한 윤춘호의 뮤즈는 나이들지 않는 ‘불멸의 끼’를 가진 소녀다. 지난시즌 나른하고 섹시한 포즈에 차양을 쓴 모델이 인력거를 타고 오프닝을 장식했듯 이번 시즌에는 오랜 흑백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커다란 모자와 독특한 자켓, 니하이 삭스 부츠를 신은 모델이 등장해 그의 머릿속 뮤즈의 변신을 예고했다.

오렌지, 바이올렛, 스카이블루 등 들뜬 기분을 주는 컬러들과 시스루 소재들이 체크와 레더, 데님 등과 어우러져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했다. 클래식한 영화의 주인공, 잔뜩 멋부린 어색함속에 묘한 어울림과 매력이 느껴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컬러가 순간 세련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가 고전적인 느낌의 스타일들이 윤춘호의 터치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디테일과 장식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패션쇼였으며 다음시즌 역시 기대를 갖게 한다.

■THE CENTAUR, ‘사적인 음모론의 글래머’ 이색 테마로 독특한 무드
예란지 디자이너의 ‘더 센토르’ 컬렉션은 ‘사적인 음모론의 글래머’를 컨셉으로 개인의 가장 저변으로 떠오르고 사라지는 망상을 화려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 망상이 극대화됐을때 나타나는 각자의 화려함을 더 센토르만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빈티지하고 키치한 무드가 드러난 이번 컬렉션은 울과 실크, 페이크 퍼와 페이크 레더 등 상반되는 소재들이 어우러졌고 민트와 자주 빛 보라, 핑크컬러와 블랙, 화이트 컬러의 매치가 사랑스러운 여성성을 보여줬다.

크리스탈 주얼리로 스타일링을 극대화함으로써 글래머러스하고 우아한 무드를 뽐냈다. 아이웨어4.0 브랜드 ‘브리즘(breezm)’과 협업해 더욱 인상적 런웨이를 연출했다.

■kiok, 브랜드 정체성 기반 ‘아트적 감성’ 눈길
키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레용 리와 헤드 디자이너 코코 제이 리 자매가 엮어낸 이번 컬렉션은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변화에 부합한 변화의 물결을 느끼게 했다.

강기옥 디자이너의 명성을 이어 ‘키옥’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진취적 방향의 디자인과 디테일,스타일링을 가미했으며 현대적이면서도 아트적인 요소들이 결합해 시선을 머물게 했다. 복고적인 청바지에 발랄하고 여성스러우며 개성이 더해진 스타일들, 혹은 보이시한 매력의 패딩자켓, 데님과 울 등 소재를 믹스한 자켓과 스커트 등은 구태의연함을 배제하고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키옥’이 세대를 뛰어넘어 롱런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동력을 확인한 패션쇼였다.

■LOW CLASSIC, 성숙미 넘치는 컨템포러리 컬렉션
이명신 디자이너의 로우 클래식 컬렉션은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웠고 멋스럽으며 친화적이었다. 우아한 울코트, 오버사이즈 테일러드 자켓, 트렌치코트, 구조적 실루엣의 스웨터와 가죽 소재 플리츠 스커트, 체크무늬 수트와 셔츠, 래글런 어깨와 풍성한 소매의 코트들은 정돈되고 절제된 스타일이었지만 엣지있는 디테일이 가미돼 찬찬히 살려보는 즐거움을 줬다.

작은 가죽 가방, PVC 비닐 가방 등은 멋스러움을 더했다. 봉제선이 보이는 블랙 원피스, 실크 새틴 바지위 러프한 스웨터, 밑단을 입체 재단해 풍성하게 한 트레이닝 팬츠, 빅 사이즈 트렌치코트와 레인코트 시리즈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우클래식은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컨템포러리한 컬렉션으로 만족감을 선사했다.

■KYE, 스트레스도 사랑스럽게 풀어요
계한희 디자이너의 카이는 ‘Under Pressure’를 컨셉으로, 현대인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낸 컬렉션을 선보였다. 현대인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보여주듯 촘촘히 주름을 잡은 셔링을 비롯해 닳아 해진 워싱의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을 대거 런웨이에 올린 것. 또한 카이 로고 그래픽 작업을 필두로, 하트 모양 스터드 장식과 백 커팅 등 계한희 만의 시그니처 디테일도 눈길을 끌었다.

벨벳, 면, 실크 새틴 등 그녀가 주로 사용해온 소재에 부드러운 컬러감의 핑크, 옐로, 오렌지 등을 입혀 한층 그녀만의 사랑스러움을 업그레이드 했다. 특히 이번시즌에는 카이만의 감성이 담긴 울 소재 의상들이 주목을 받았다. 글렌 체크 패턴의 코르셋 자켓과 버킷햇을 비롯해 오버사이즈 자켓, 레이스업 디테일 투피스 등 울 소재의 화려한 변신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R.SHEMISTE, 한국적 유스 新 ‘패러다임’ 제시
원지연·이주호디자이너의 알쉬미스트는 세대 간 소통이 끊어진 현대사회를 풍자한 영화 ‘배틀로얄’을 컨셉으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런웨이에는 파괴, 해체,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수작업으로 완성된 스트리트 감성 쿠튀르 의상이 대거 올랐다.

데님팬츠, 셔츠, 코트 등은 해체 후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으로 탄생했다. 특히 데님과 울 소재를 믹스한 코트, 체크와 플로럴 패턴을 믹스한 원피스 등 이질적인 결합을 다수 선보였는데, 이는 이번 시즌 주제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적인 연출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
/조동석 기자 zoddong@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