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업계 파업사태 일파만파…‘을 對 을’ 대립으로 비화

문닫는 공장 속출…27명 규모 A사 16일 폐업 결정 1~2곳 추가로 폐업 소문 돌아…제조기반 붕괴 우려

2019-04-20     정정숙 기자
제화업계 공임 인상 및 퇴직금 요구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원청과 하청업체간 임금 문제에서 하청업체 사업주와 근로자간 ‘을 對 을’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일부 영세 사업주는 이번 사태로 공장 문을 닫고 ‘폐업’을 선언하는 등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탠디에 신발을 납품하는 A사는 도급 제화기술자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며 문을 닫고 19일에는 탠디에 폐업 사실을 통보했다. 이 업체 대표는 “갑피와 저부 도급자들에게 작업도구(개인작업 공구)를 20일까지 가져가라. 작업도구를 회수하지 않으면 임의 폐기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이번 파업은 사업주와 근로자간) 도급계약에 위배된다”며 “사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어 16일자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을 가진 (근로자) 을이 (사업주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공장은 갑피와 저부 기술자 15명을 포함해 총 27명이 근무하는 곳이다. 외주를 주는 갑피 공장만 3곳에 이른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250족을 만들어 월 2억5000여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직원 인건비와 건물 월세 등 4000만원이 고정경비로 나가는데 지난 2주 동안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 금액이 1억5000만원을 넘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제화공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달간 여유를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명목이 없는 일이다. 미리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공임 인상을 요구하고 공장 정상화를 우선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탠디) 본사와 상황을 논의하고 공임을 올려줄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파업에 나선 기술자들은 “폐업한 공장이 1~2곳 더 있다”며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A사 사례에서 보여지듯 하청업체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외주 작업을 하는 소규모 영세 소공인들 기반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필연이다. 폐업 조차도 단순한 ‘공장 문닫기’로 끝나지 않는다. A사에서 일하던 제화기술자들은 사업주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 회사 기술자들은 퇴직금요구 고소장을 접수한 사례가 있다. A사 대표는 이번 사태로 20년간 해 온 평생직업을 잃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하루 작업량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도급 기술자들은 1인 개인 사업자다. 노동부에서도 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IMF 이후 제화산업에 위기가 닥치자 줄어든 일감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착된 근로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는 이번 사태를 안타까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제화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관행처럼 정착된 사업주와 근로자간 관계를 뒤흔드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