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애자일’ 전략이 핵심이다

혁신적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경영조직 지오다노, 3년 사이 영업이익 효율 약 2배 증가

2019-06-01     정기창 기자
#캐주얼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는 작년 2147억원 매출을 올렸다. 3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 6.3% 감소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5.7%에서 10.0%로 두 배 가까이 호전됐다. 통상적으로 매출이 줄면 각종 고정비용 부담이 늘면서 성장동력이 무너지고 재무구조가 나빠지는데 지오다노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3년은 국내 섬유패션 경기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많은 기업이 고통을 겪던 시기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오다노 한준석 대표는 이를 두고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혁신을 최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키워드가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에서 나아가 ‘애자일’ 경영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애자일 방식은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좀 더 가볍고 기민한’ 조직을 뜻하는 독립적 경영개념으로 확장됐다. 기존의 조직이 하부구조가 넓은 피라미드형 멀티레이어 모양이었다면 애자일 조직은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사형 모습을 갖고 있다. 상품개발에서 마케팅, 영업 등 기존 조직을 해체하고 민첩한 팀 단위를 구성해 모든 공정의 일 처리를 신속히 수행하도록 만든 구조다. 한준석 대표는 ‘빠른 의사결정과 즉각적인 반응’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은 빠르고 정확한 반응·판단이 가능해 회사 자원관리 효율이 올라간다”며 “앞으로 온라인 유통이 야기하는 혁신적 변화에서 민첩하게 살아 남을 수 있는 핵심 개념”이라고 말했다. 지오다노는 재무·판매·마케팅·디자인·구매/생산 등 5개 사업부문이 CEO를 가운데 두고 펼쳐진 방사형 싱글레이어 모습을 띄고 있다. 자연히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한국패션협회 관계자는 “몸으로 부딪치고 같이 호흡하는 병렬식 의사소통이 조직 효율을 높여 준다”며 “(애자일 조직일수록) 각 팀과 최고 경영자 역량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지오다노는 이런 조직경영에 힘입어 1인당 매출 생산성이 타 기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다. 한 대표에 따르면 영업이익 100억원이 넘는 국내 상위 15개 패션기업의 1인당 평균매출은 11억원에 불과하지만 지오다노는 28억원에 달한다. 1997년 1만9800원 하던 티셔츠 3종 세트 가격을 20년이 지난 2018년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그는 “단순히 소재와 생산 과정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물류와 MD, 개발 등 여러 부문에 걸친 비용 절감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애자일 조직은 포스코 같은 철강기업에서 삼성전자, ING생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식품, 바이오, 물류,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장일로에 놓여 있다. 자라, 유니클로, H&M은 다음 시즌에 유행할 옷을 미리 기획하지 않고 매장의 고객 반응에 따라 신속하게 디자인을 바꿔가며 생산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 도입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애자일 전략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으로 옮겨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반응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소비자 맞춤형 시대의 새로운 섬유패션 생존 방식이다. 한준석 대표는 “리테일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모바일·온라인으로 바뀌는 것은 지난 25년간 겪은 것 중 가장 크고 무서운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의 고객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파는 것이 바로 패션산업”이라며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 남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