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혜순 한국현대의상 박물관 관장 - 代 이은 소명의식으로 “한국패션, 100년을 꽃 피우다”

어머니 故최경자 여사와 함께 한 패션 대장정 에세이로 펴내 한국현대의상박물관 25년 운영…송도 FIT로 이전, 석좌교수로 활약 기대

2019-06-22     이영희 기자
개인의 삶이 현재 진행형인 한국 패션의 역사로 흐르고 있다. 한국 패션계의 대모 故최경자 선생의 장녀로서 일생을 패션과 함께 해 온 신혜순(한국현대의상 박물관장, 송도 글로벌캠퍼스 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국제패션디자인학교 학장)관장이 패션에세이 ‘한국패션, 100년을 꽃피우다’를 발간했다.‘일생을 패션과 함께 하면서 아름다움을 더 빨리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고, 수 많은 감동의 올로 짜여진 축복된 삶을 허락하신 하나님 은혜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는 말로 ‘한국패션 100년을 꽃 피우다’ 발간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재학원인 함흥양재학원을 운영했던 최경자 여사와 흥문당이라는 서점을 경영했던 아버지 슬하에서 태어나 양재학원의 재단대 밑을 놀이터로 유년기를 보낸 신혜순 학장은 자연스레 한국패션을 꽃피울 교육계의 씨앗으로 발아했다. 어머니와 함께 대한민국 패션역사를 태동시켰고 많은 디자이너들을 배출했으며 오늘날 까지 계승, 발전시키는데 평생을 헌신하는 중이다.

1961년 2월 국제복장학원(국제패션디자인학원)이 개원됐다. 그 이듬해 이화여자대학교 가정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1963년 미국 뉴욕 FIT대학 패션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신혜순 원장은 바로 귀국하지 않고 뉴욕에 있으면서 FIT와 국제복장학원과의 교육 교류에 힘썼다.

FIT와 국제복장학원이 한국 최초로 패션쇼 및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도 개최하고 선진 패션교육 문화를 전달했다. 1972년 귀국하면서 국제복장학원 부원장으로 취임 한 후 미국 기관과의 발빠른 연결로 주한 외국인 단체들 주최로 국내는 물론 미국지역 순회 패션쇼,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 패션쇼 등 수 많은 주요 해외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는 한국의 패션문화를 홍보하고 앞선 해외 패션정보를 국내에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이었다. 故 최경자 여사는 1989년 멋잡지에 ‘최경자가 본 나의 딸 혜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에게 가려서 나름대로의 빛을 못 보는 듯 싶었다…”면서 “한국에 아메리칸 문화를 보급시키는데 기여가 큰 그는 고급 인력 양성도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한국 패션계를 이끌 제자 양성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중략)… 대를 이어 이끌어 나갈 그가 소원하는 큰 꿈이 이뤄져 국제학원이 이름 그대로 수준 높은 국제적 패션 교육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빌고 싶다”고 남겼다. 개인의 명예나 이익보다 대한민국 패션발전을 위한 하나의 소명의식 아래 모녀가 한 길을 걷는 조력자이자 동반자 였 음을 느낄 수 있다.‘한국패션, 100년을 꽃 피우다’는 비단 개인의 삶이나 가족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패션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노력의 과정을 싣고 있다. 함께 해 온 패션인들, 역사적인 전시와 패션쇼, 한국현대의상박물관 설립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통과 사랑을 함께 한 가족과 친구들을 소개하고 있다.어렵거나 미사여구 없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적인 패션쇼나 전시, 행사, 교육현장, 패션인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이 어마어마 한 양의 사진과 편지, 자료로 보관 중입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계승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숙제로 남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신혜순 관장은 이번 에세이집을 통해 일부라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안도했다.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신 관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꼭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 한국현대의상박물관(제 23호 서울특별시 등록)의 태동에 큰 힘이 돼 준 마담포라 이철우 회장에 대한 감사였다.“국가도 아니고 개인이 의상박물관을 개관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5년전 마담포라의 이철우 회장께서 찾아와 박물관 개관의 종자돈으로 보태라며 봉투를 놓고 가셨지요. 상당히 큰 금액이었는데 조용히 쾌척하신 겁니다.

그때 힘을 얻어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을 개관할 용기를 낸 것입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관장은 그동안 박물관을 개관하고 운영해 오면서 정신적, 경제적인 헌신을 많이 해 왔다. 사명감과 과도한 부담감으로 암이 생겨 2년 넘게 투병을 하기도 했다. 신 관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상일 속에 파묻혀 살아가던 나에게 주위를 돌아보며 살라는 은혜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라고 신앙인으로서 오히려 생사를 초월한 역할을 보여줬다. 신 관장은 송도에 안착한 FIT에 6월부터 한국현대의상박물관을 옮겨 보존과 관리, 패션학도 및 패션인들의 발길을 적극 유도하게 될 것이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더불어 FIT는 신혜순 관장을 석좌교수로 초빙해 연구실에서 후학을 위한 일들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6월 18일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30명의 아트웨어 전시도 함께 열려 박물관의 이전을 알리고 홍보에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신 관장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패션인들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10명의 디자이너와 패션인들과의 스토리를 담았는데 도움주신 분들이 섭섭해 하실까 죄송스럽지만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패션인으로서 교육자로서 또한 주부로 아내로 어느하나 치우침없는 책임을 다해 온 신혜순 관장,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패션과 함께 한 지 80여년이 되었습니다”라며 “그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연애하듯, 귓엣말을 속삭이듯 적어내려 갔습니다”라며 격의 없이 읽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현대의상박물관 관장이자 FIT 석좌교수로서 신혜순 관장의 행보가 또 다른 100년의 시작을 예고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