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패션산업, ‘패셔놀로지’가 이끈다

IT와 만난 패션,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

2019-07-13     조동석 기자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에는 공통된 큰 흐름이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 지능, 증강·가상현실,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패션산업 전반에 융합되며 일어나는 ‘패셔놀로지’(Fashionology, 패션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의 등장이다. 과학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더욱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통합·분석해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패셔놀로지는 패션산업의 생태계를 크게 바꿔가고 있다.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소비자에게 스타일링을 추천하기도 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현장감을 높인 홀로그램 패션쇼를 감상한다. 온오프라인 유통이 ‘옴니채널’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패션 유통분야에서도 IT는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최신 과학기술은 패션산업 전반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패션과 과학기술이 만나는 지점, ‘패셔놀로지’를 선도하는 기업들을 살펴보자.

■“입는 순간 사이즈가 딱!”
일본 패션 전자상거래 업체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스타트투데이는 입는 순간 신체 치수를 측정해주는 바디수트 ‘조조슈트(ZOZOSUIT)’를 선보였다. 고객이 조조슈트를 입고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면 센서가 인체 모든 부위의 치수를 측정한다. 150개의 신축형 센서가 내장돼 있어 허리와 가슴둘레, 어깨 너비와 같은 기본적인 치수는 물론 목, 손목둘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잴 수 있다.

데이터는 스마트폰을 통해 조조타운에 전송돼 제품 구입이나 개인 브랜드 개발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제품검색 기능이나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배송비만 지불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조타운은 이렇게 모은 소비자 신체지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기획 및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며, 장기적인 단골 고객확보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췄다. 또한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사이즈에 대한 불신을 대폭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가 옷 골라드려요”
중국 대표 온라인 유통기업 알리바바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홍콩 폴리텍 대학교에서 인공지능(AI) 의상 코디네이터인 ‘패션 AI(FashionAI)’를 공개했다. 패션AI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유행 코디를 추천하는 신기술이 적용돼 1초 만에 고객에게 어울리는 의상 100벌을 추천한다. 데이터 분석은 중국 최대 쇼핑몰 타오바오에 있는 50만명의 패션 애호 고객들의 코디 방안을 기초로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코디 정보를 받으면 스타일, 컬러, 디테일 등을 기반으로 스타일링을 도와준다. 현재 이 기술은 일반 쇼핑몰의 개인 스타일리스트 수준까지 넘본다는 평이다.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미국의 차세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로 불린다. 상품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회원 가입 과정에서 등록된 소비자 정보를 통해 소비자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를 선보이기 때문. 소비자는 입력정보인 ‘스타일 프로필’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옷을 1차로 추천해주고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이 가운데 다섯 가지를 골라 배송한다. 다섯 가지 추천 의류를 받아보는 데 드는 비용은 20달러다. 이 중 하나라도 구입하면 스타일링 비용 20달러를 깎아 준다. 현재 스티치 픽스는 3040대 워킹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 온라인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 ‘트레드(Thread)’는 인공지능 기술을 필두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스타일링하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SNS의 빅데이터 분석·트렌드 제안”
인공지능이 SNS 패션 트렌드를 분석·예측한다? 프랑스의 휴리테크(Heuritech)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공유되는 수백, 수천만 패션 이미지를 분석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뜨거운 패션 스타트업 중 하나다. 휴리테크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SNS 게시물의 스타일, 컬러, 액세서리, 소재, 패턴, 브랜드 등 패션과 관련된 정보를 분석, 비교하며 실시간으로 트렌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는 패션 업체에 제공, 상품기획 단계에 있어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인스타그램이 쇼핑플랫폼으로 한 단계 진화하는 등 패션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이 영향력을 고스란히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로서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 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휴리테크는 지난 2017년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의 ‘LVMH Innovation Award’ 초대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리며 미래 패션산업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AI, 짝퉁도 잡는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엔트러피(Entrupy)는 기계의 눈으로 일명 ‘짝퉁’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는다. 간단한 카메라 장치와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통해 진행되는 이 기술은 15초 만에 정품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제품을 260배 확대 관찰하며 소재, 공법, 일련번호, 마모도, 퀄리티 등 사람의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디테일을 정밀하게 스캔한 다음 딥러닝 인공지능으로 정품 이미지를 비교해 검증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뉴욕의 여러 백화점과 중고품 매장 등에서 얻은 300만개 이상의 방대한 빅데이터에 있다. 현재 엔트러피는 98% 정확도를 자랑하며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디올 등 11개에 달하는 명품브랜드의 짝퉁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AR로 입어보세요”
AR기술을 활용한 영국의 패션테크 스타트업 미테일(Metail)은 디지털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테일은 실제 의류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소비자가 부담 없이 옷을 착용할 수 있다. 특히 이용자 개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반영한 가상 모델로 정밀한 피팅 서비스를 제공해 유사 업체와 차별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인공지능기반 이미지 처리 기술을 접목, 옷 주름은 어디서 잡힐지, 옷 형태가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보여주는 등 활용도가 높은 편다.

국내 대표 AR·VR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대표 최광진)는 중국 징동그룹과 함께 가상피팅 솔루션이 적용된 모바일 쇼핑 솔루션 핏앤샵(FIT’N SHOP)’을 선보였다. 징동그룹 모바일 앱에서 키, 몸무게, 가슴 둘레, 허리 둘레, 엉덩이 둘레 등 신체 치수를 입력해 자신의 체형과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고 간편하게 다양한 의상을 입혀보며 해당 의상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이 가상피팅 기술은 유명 브랜드 의류부터 시범 적용되며 향후 지속적인 서비스 지원을 통해 다양한 품목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커머스랩 박훈 본부장 - O4O,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죠
옴니채널 구축…선택 아닌 ‘필수’
빅테이터 통한 비즈니스 효율제고 ‘중요’

패션업계가 O2O를 넘어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IT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패션기업들의 통합몰 구축을 위한 옴니채널 구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커머스랩(대표 김준태)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IoT 등 최신 기술을 앞 다퉈 도입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들을 모든 기업에 일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뛰어난 최신기술일지라도 기업이 처한 상황과 단계에 따라 도입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들을 도입하기에 앞서 회사 내외부의 유기적인 연결과 고객에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시스템 구축이 먼저 돼야만 합니다” 커머스랩 박훈 본부장의 변이다. 현재 대다수 기업들의 시스템은 수많은 상거래 레거시(Legacy)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으며, 전사적자원관리(ERP)가 각 부서별 독립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각 부서들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다보니 동일 로직, 데이터에 대한 중복 개발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능별 모듈화 및 기능 간 표준화를 통해 각 솔루션들을 레고 블록처럼 결합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 하고, 고객 맞춤형 템플릿 유아이(template UI)를 통한 사용성·기능성 향상을 도모해야한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패션 산업은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옴니채널 시대가 본격화되며 빅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 효율제고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형태인 O2O를 넘어 온라인을 통해 구축된 빅데이터를 가지고 오프라인 시장을 구축하는 ‘O4O’가 등장하며 유통구조의 혁신도 중요해졌다. O4O 개념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마존 고’다. 미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선보인 아마존 고는 매장과 모바일 어플을 연동해 계산대 없는 쇼핑몰을 지향한다. 결제 역시 어플을 통해 이뤄지는 미래형 쇼핑 플랫폼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의 신유통을 준비하기 위해 커머스랩은 상거래를 위한 IT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옴니채널 판매관리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커머스랩의 플랫폼은 ‘싱크커머스(SyncCommerce)’ 기술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온오프라인 통합 환경을 효과적으로 구성, 운영할 수 있는 통합 판매관리 솔루션이다. 옴니채널 시대의 상거래 활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총체적으로 묶어 일종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것. PC, 모바일, 결제처리 시스템(이하 POS) 등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매장, 판매, 결제, 고객 등 상거래 업무의 전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특히 박 본부장은 싱크커머스의 큰 장점이자, 현 패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중 하나로 POS를 꼽는다. 박 본부장은 “현재의 POS는 판매등록, 입고관리, 본사와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그친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면 기본적인 고객관리를 넘어 일원화된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본사는 각 매장의 데이터 통합을 통해 고전적인 상품기획 방식, 가격결정방식을 탈피하고 생산과정의 자동화는 물론 회사 운영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자동화가 도입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앞으로의 매장은 체험기능을 겸비한 쇼룸형태와 전국 각 지역의 소규모 물류거점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훈 본부장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오프라인 태생으로, 오프라인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옴니채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 대표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깨달아야하는 의식개혁이 돼야한다”라며 “소비자는 스마트한 옴니 쇼퍼로 먼저 앞서가고 있는데 기업들이 고객의 흐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통합관리 가능한 플랫폼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한 옴니채널 구축은 미래 패션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