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 그루 - 젠더이슈, 국내최초 공정무역 패션되다
2019-07-20 조동석 기자
생산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국가 간 행위. 그것을 우리는 ‘공정 무역’이라고 부른다. 공정 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비즈니스 구조로, 일명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생활 속 작은 나눔을 실현하고자하는 깨어있는 사람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공정한 상거래로 신뢰도 높은 제품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생산 과정을 통해 지구 환경 보존에도 보탬이 되는 등 순기능이 확산 세에 있기 때문.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도 커피, 초콜릿 등 식품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의 의미와 개념이 뿌리 내려가는 가운데 국내 최초 공정무역 라이프스타일 사회적기업이자 시민주식회사 페어트레이드코리아(대표 이미영)의 그루(g:ru)가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5월 설립된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제3세계 아시아 국가의 가난한 여성이 만든 의류와 생활용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공정무역 전문 기업이다. 면, 울, 마, 실크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수공예 의류를 비롯해 생활용품, 화장품 등 600여종 제품을 선보인다. 이들 제품은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모로코 등 빈곤 국가 25개 생산단체 여성 생산자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90년대 중반 환경단체에 근무하며 빈곤 국가 문제를 자주 접해왔어요. 경제적 빈곤이 지속되다보니 자연히 환경도 파괴되고 그 골은 더욱 깊어졌죠. 특히 그런 국가일수록 여성인권이 더욱 열악하더군요. 지역사회의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여성의 인권신장을 고민하다 시작한 것이 바로 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요.”이미영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3년 동안 인도, 네팔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리서치를 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5월 세계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발기인대회를 열어 47명 주주와 합께 시민주식회사 페어트레이드코리아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8년 국내 유일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그루(g:ru)’가 탄생한다.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한 브랜드 이름 그루는 나무를 세는 단위처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자라 숲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의 손길(나무)이 모여 숲을 이루고, 이런 제품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것이다.
그루는 ‘수공예’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수공예는 자본과 기계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고 생산 전 과정을 여성 개개인이 관리하기 때문에 그들의 경제적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디자인과 기능이다. 이를 위해 시장성에 따른 기획은 물론 수시로 고객과 의견을 주고받는다.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생산자들에게 긍정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해당 국가의 최저임금, 근로기준, 근로환경과 조건 등의 충족 여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랜덤으로 생산자 집에 방문해 수입은 잘 받고 있는지, 이 일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애로사항은 없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한다.이미영 대표는 “아직 한국시장에서 윤리적 패션은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쟁하는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면서 주체들이 양적으로도 많이 등장했고 그 범위와 주제도 넓어졌다”라며 “저희와 같은 작은 기업과 개인이 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더라도 의미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뭉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소비자 접점이 높아지면 윤리적 패션과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변화도 분명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