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패션 2.0’ 산업 생태계 확 바꾼다
사회적 가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속가능 성장으로 전환 20~30대 청년 창업자들…침체된 경제에 활력 불어넣어
2019-07-20 정기창 기자
그 동안 사회적 가치에 큰 비중을 뒀던 윤리적패션 기업이 지속가능이라는 화두를 안고 본격적인 한국형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윤리적패션 2.0 시대의 개막이다. ▶관련기사 A1~A4 pdf참조
기존의 윤리적패션은 선언적 구호에 그친 그들만의 리그에 가까웠다. 반면 새롭게 도래하는 윤리적패션 2.0은 유연하고 개방적 사고를 가진 청년 기업인들이 주도해 개념을 확장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신윤예(33) 공공공간 대표는 “이전의 윤리적패션은 ‘페어트레이드(fair trade, 공정무역) 제품이니까 가격이 비싸도 사야 돼’라는 강매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지속가능 성장을 화두로 새로운 생태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가성비 높은 성능과 디자인으로 시장 저변을 넓혀 지속적으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천연재생가죽으로 신발을 만드는 계효석(29) 라슈즈(LAR) 대표는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1만5000원을 인근 보육원에 기부했다. 뜻은 좋았지만 회사는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계효석 대표는 “판매 수익의 절반 정도를 기부하니 빚만 쌓였다.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속가능 윤리적패션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부터 기부금을 켤레당 5000원으로 낮추고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매출이 늘어 회사는 탄탄해지고 기부금 총액은 오히려 이전보다 늘어났다. 윤리적패션이라는 사회적 기여에만 매몰됐던 풋내기 창업자들이 이제는 제품 원가를 분석하고 심미안적 디자인과 기능성을 중시하며 지속가능 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20~30대 청년 기업인들이 이끌어가는 윤리적패션 2.0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쓰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난 엘카 백팩은 업사이클링 기업 모어댄(MORETHAN) 제품이다. ‘가방이 된 자동차’라는 기치를 내건 이 회사는 강호동 같은 인기 연예인들이 직접 제품을 사 쓰면서 가장 핫(hot)한 윤리적패션기업이 됐다. 최이현(37) 대표는 “윤리적패션 기업은 제품 퀄리티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은 가방이 불편하면 다시는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윤리적패션 창업자들이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청년 기업가라는 점은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가치를 실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하는 진일보된 도전 정신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작년부터 추진해 온 윤리적패션 허브 사업은 일정 심사를 통해 선정된 32개 윤리적패션 기업 상품의 판로 확보를 돕고 있다.이들 기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청년들이다. 이중에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하다 한국에 들어와 창업한 30대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초등학교 정규 교사직을 3년 만에 내 던지고 윤리적패션 기업가의 길을 걷는 청년들이 있다.서울디자인재단 신미선 책임연구원은 “현재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큰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들 젊은 청년 창업자들을 돕는 정책의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