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 섬유패션 상장사 60곳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1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기업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6185억원, 8922억원을 기록했다. 단순평균 영업이익률은 5.4%다. 산업전체만 놓고 보면 작년보다 양호하지만 개별기업의 세부성적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실적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영업이익에서 적자가 지속된 기업은 16곳(26.7%), 적자전환기업은 6곳(10.0%)이나 됐다. 전체 기업의 36.7%인 22개 기업이 적자에 시달린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곳은 형지엘리트 단 1곳에 불과했다.
당기순이익도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섬유나 패션사업으로 수익을 낸 곳은 별로 없고 타 사업부문과 연결실적 때문에 좋게 보일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자본조달이 용이한 상장기업은 형편이 낫지만 섬유 또는 패션만 영위하는 중소규모 기업들은 생산여건 악화와 경기 부진으로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기업은 불황 속에서도 전년 수준의 실적을 거뒀지만 중견 및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분석된다. 섬유패션 상장기업 매출상위 6개 기업(태광산업 휠라코리아 효성티앤씨 영원무역 삼성물산패션부문 LF)은 올해 상반기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9211억원, 6086억원이었다. 이들 상위 10% 기업이 전체 매출의 41.6%, 영업이익의 68.2%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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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 매출·영업익 상승
업종별로는 화섬이 가장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화섬업종 6사 중 코오롱패션머티리얼 한곳을 제외하고 모든 기업이 플러스 성장했다. 효성은 올해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부문별로 4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중 섬유부문 사업체인 효성티앤씨는 실적이 다소 하락했다.
매출은 8.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외부감사인 검토를 받지 않은 내부결산 잠정실적이다. 회사측은 이달 말경 확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티케이케미칼과 휴비스는 매출과 영업이익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티케이케미칼은 반기 영업이익이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95억원을 기록했다.
휴비스는 매출(6.6%)과 영업이익(192.8%)이 일제히 증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상반된 의견도 있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들이 원사부문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연결 실적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면방, 3강 2중 3약
면방 8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했다. 매출은 1.9% 소폭 증가한 1조2769억원을 기록했다. 3강(동일방직 일신방직 경방), 2중(방림 SG충방), 3약(대한방직 전방 에스마크)의 양상이다. 사실상 매출 순위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이다. 대한방직, 전방, 에스마크는 적자가 지속됐다.
■의류수출, 한세실업 적자전환
한세실업의 반전이 가장 눈에 띈다. 작년에 170억원이었던 상반기 영업이익이 올해는 2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30억원, 113억원으로 1분기보다는 나아지는 모습이다. 회사 측은 “세계경기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떨어졌지만 큰 리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얀마 공장 확장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는 등 점차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원무역은 섬유패션 초우량 기업으로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 11.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1.7%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동과 윌비스는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SG세계물산은 적자가 지속됐다.
■패션, 내수불황 직격탄 맞아
36개 상장기업 중 10곳이 영업적자가 지속됐고 3곳은 적자전환 됐다. 적자기업 비율은 36.1%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형지엘리트 단 한 곳만 흑자전환 됐다. 형지엘리트는 전년 동기 영업손실이 14.5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패션업종 전체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8%, 29.5% 증가했지만 많은 기업이 수혜를 입지는 못했다. 상위 5개 기업(휠라코리아 삼성물산패션부문 LF 신성통상 한섬)이 패션업종 전체 매출의 52.9%, 영업이익의 72.0%를 차지했다. 쌍방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업적자가 지속됐지만 당기순이익은 297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498억원)의 무려 6배에 이르는 순이익을 낸 것이다. 막대한 금융수익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쌍방울이 작년 2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기업 나노스 주가 상승으로 수십 배의 차익을 올렸다.